준비된 자의 여유(예비 고1의 사소한 습관)

by 청블리쌤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예비 고1 반 학생과 상담하면서 비유가 떠올랐고 수업시간에 전체 학생들에게 이런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중학교의 가랑비는 그냥 맞아도 수습이 될 정도지만, 고등학교는 소나기가 지속되는 상황과 유사하다.

비옷과 우산을 준비하면 우아한 산책의 여유를 누릴 수도 있지만,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흠뻑 젖은 채로 우산을 찾아 뛰어다니게 될 거다.

우산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냥 포기한 것일 테고, 어떻게든 우산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여유 없이 헤매는 시간이 상처로 남을 수 있겠지.

하는 일이 너무 쉬워 보이면 고수다. 고수의 동작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으며 여유까지 느껴지는 법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을 보면 집중도, 몰입도, 공부도 쉬워 보인다. 애쓰지 않는데도 성적이 나오는 것 같아 박탈감까지 느껴진다.

그것은 타고난 역량보다 미리 준비한 여유일 수 있다.

지금은 수행평가 시즌이라서 거기에만 올인하고 있을 것인데, 곧 중간고사 시험공부에, 이후에는 고생한 스스로를 위해 휴식과 놀기에 올인하고 나면, 기말고사에 또 올인해야 하고, 기말고사 후에는 졸업여행 등 행사에 몰입하고, 축제 준비에 몰입하다 보면 방학.. 그전에 졸업이다.

1월 초에 졸업하고 나면 실감이 나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수능 전에 수능만 끝나면 독서를 하겠다고 다짐한 학생들은 수능 후에 아무것도 안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핑계가 일상이 되면 기회가 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바쁘다는 것이 매일 꼭 해야 하는 일에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밥은 먹고 잠도 자고 호흡하는 것을 잊지 않듯이, 지금 의미 있는 습관을 그런 당연한듯한 일상으로 연결하려는 사소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오늘 안 한 것 같았데 뭔가 해내고 있는 것이 최상이다.

그래야 애쓰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습관과 일상이 완성될 것이니까.

그러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뭘 해야 할까?

아침 시간 우리 학년에서 시행하는 것이 그 축소된 모형이다.

아침 단어시험, 아침 독서...

그것만으로 충분치는 않지만 그렇게 습관이 되면 확장되는 건 어렵지 않다.

단어는 쉬운 것부터, 자신의 실력에 맞게 기본부터 쌓아 올려 영어문장이 보이도록 애쓰고...

국어 읽기를 틈틈이 하고...

수학은 생각에 깊이를 더한다. 이해가 안 되면 복습에 집중해서 현행 진도를 맞춘 후 생긴 여유로 선행도 욕심을 조금씩 내 본다.

이러한 애씀은 평생 공부의 기본 바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거창해서도 안 되고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도 안된다.

너가 열심히 공부하는 걸 부모님께 들키지 마라. 그러면 그 기대로 인한 부담감을 다 떠안게 될 것이니...

자기 실력도 아닌 100점을 맞았을 때는 더 큰 왕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한 개만 틀려도 부모님께 실망을 드릴 테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다. 어쩌다 오늘 너무 열심히 해버린 자신의 모습은 오히려 이후에 뭘 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불평의 이유가 되고, 지속적인 노력의 브레이크가 될 수 있으니 어차피 감당할 만큼만 조금씩 속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시간관리하는 걸 배워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며 아쉬움이 있으면 평소에 기본기를 더 갖춰서 다음 무대에서는 후회를 덜 남기도록 하면 된다.

바쁜 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시험 대비를 해보고 아쉬움이 남으면 그걸 보완하는 전략을 익혀가면 된다.

안정적인 일반고 컷 안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3학년 2학기 성적에서 1%라도 더 올리는 것보다 그런 시행착오가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고등학교 입학 전 리허설 같은 기회다.

물론 지금 이 순간의 최선과 진심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니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사소한 즐거움을 묻어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부디 오해 없길...

나도 수업 중 틈틈이 정규 진도 외에도 평생 자산이 될 영어기본기 컨텐츠를 수업하려 한다.

졸업 전에 실력이 쌓이는 습관도 쌤한테서 배워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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