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내면의 감정을 글, 언어, 그리고 그림등으로 표현할수 있나요?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에서 가해자중의 하나였던 딜런의 어머니가 쓴 글로, 딜런은 총격 사건을 벌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녀는 별 문제 없이 자라던 아이가 왜 갑자기 그런 일을 벌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리하여 사건 전후 그리고 아들과 자신이 보낸 모든 시간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잃은 슬픔, 다른 아이들이 죽었다는 슬픔, 세상을 더 밝게 해줄 행복한 아이를 기르지 못했다는 슬픔”과 싸우며, 복잡하게 엉킨 고통의 층위를 나누어 각각의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고, 이 책에 그 모든 것을 기록했습니다. [알라딘 인문 MD 박태근 (2016.07.19) 참조]
물론 저자가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경험했겠지만, 가장 큰 어려움중의 하나는 내아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수 있을까, 그리고 왜 엄마로서 자신이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을까 라는 자괴감이였습니다. 사건 이후에 기억의 실마리를 추적하면서 삶의 곳곳에서 의심적은 상황들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로서 그러한 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던것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렸을때는 좌뇌가 충분히 발당하지 않기 때문에 우뇌를 주로 사용하면 살아간다고 합니다. 즉 감정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죠, 그리고 나중에 좌뇌가 발달하면서 언어적인 부분이 발달을 하는 것입니다. 아기일때는 울고 웃고 하는 것으로만 배고픔이나 목마름등 자신의 내적경험을 표현할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이 있고, 조금 커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기본적인 욕구들은 말로 표현을 할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훨씬 더 편해지지만, 자신의 내적 느낌이나 감정들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랜시간 부모와의 사이에서 훈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일차원적인 욕구에는 즉 먹고 자고 싸는것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반응을 해주지만, 마음속의 감정을 인정하고 들어주며 반응해주는 것에는 서투른 것이 사실입니다.
저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시기를 생각해보면 마음속에 분노와 슬픔 고통 그리고 억울함 등의 감정들이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당시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먹고살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지배했었고, 그 이상의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로 간주되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어린게 얼마나 분노와 슬픔이 있었겠냐고 이야기 할수도 있지만, 지금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보고 당사의 상황을 복기해보면 충분히 분노와 슬픔 그리고 외로움등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을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들에 대해서 집안에서는 인정하지도 않고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환경이었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모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러한 감정들을 마음속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복잡한 감정들의 실타래가 얽히고 섞여서 꼬인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러한 감정이 쌓이고 쌓여 있다가 중년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결국은 폭발해 버린 것이었음을 나중에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욕을 하는 것 때문에 여러가지로 걱정을 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고, 왜 욕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유를 잘 알지 못했었습니다. 단지 표면적으로 보이는 욕을 하는 것만을 보고, 욕을 하지 말도록 아이에게 이야기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나름대로 내면의 분노나 불편한 감정들이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자신이 알고있는 유일한 방법인 욕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내면에 학교에서의 어려움이나 차별등으로 인해서 감정적 괴로움을 경험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러한 아이의 감정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 때문에 표면적인 욕하는 것만을 저지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저의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회복이 되고 제가 감정에 대해서 더 알아가면서 아이와의 시간도 많이 보낼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뢰도 쌓아가게되고 아이가 자신의 내면의 감정에 대해서 언어로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들어줄수 있는 것은 들어주고 한계를 지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한계를 지어주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부분 짜증이나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줄어들고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정확한 욕구를 찾아가고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꼭 말이 아니더라도, 그림이나 글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면서 자라가는 아이는 훨씬 건강하게 자라갈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사회정서적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의 지적인 교육뿐만이 아니라 사회정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