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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낯설게 느껴질때

당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날, 당신의 진짜 삶이 시작되는 날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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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날은,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익숙했던 말투, 행동, 생각들이 갑자기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라는 질문이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후회로 시작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그때마다 “이번엔 달라져야지” 다짐하지만,

결국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책은 깊어지고, 자기 신뢰는 조금씩 무너집니다.

그렇게 삶은 어느새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감정의 고리는 특별한 시기에 더 깊게 각인됩니다. 학생 시절, 자아가 형성되는 민감한 시기에 이러한 자기 비난과 실수의 반복이 일어난다면, 삶의 근본적인 방향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쉽게 넘겼던 작은 선택들이 쌓이고 굳어져,어느 순간 되돌리기 어려운 삶의 방식이 되어버리기도 하죠.


성인이 되어 취업, 결혼, 자녀 양육 같은 중요한 시기를 지나며 삶의 기반이 어느 정도 형성된 이후에 찾아오는 위기는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마치 이미 올라온 길에서 다시 길을 잃은 것 같은 절망감. 그리고 노년기에 이르면, 그동안 애써 쌓아온 사회적 명성과 정체성이 내면의 혼란 앞에서 한순간에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수 자체보다 더 깊은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실패의 원인을 오해하고,

그 감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쏟아붓는 것입니다. 타인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끝없이 탓하면서

실제로는 문제의 본질과 마주하지 못한 채, 고통의 굴레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죠.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왜 그렇게 사냐”, “좀 정신 차려라.” 하지만 정작 본인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면서,

그 말들에 상처받고 더 깊이 자신을 가둡니다.


그런데 삶이 낯설게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이전과는 다른 감각이 우리 안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그건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진짜 나’가 나를 깨우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무언가에 이끌려 살았고, 습관처럼 살아졌을 뿐인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내가 살아온 삶이 과연 내 선택이었는가, 그 의문이 마음속에서 조용히 피어오릅니다.


이 낯섦은 때로 위기의 형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 이혼, 관계의 단절, 혹은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

어떤 이들은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술에 의존하거나, 중독의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통을 억누르기보다, 그 안을 들여다보는 용기를 낸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조금씩 회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듯하지만, 사실은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예는 부모입니다.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자녀에게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감정들을 투사합니다.

분노, 수치, 두려움 같은 감정은 해소되지 않은 채 세대를 넘어 자녀에게 전해지고,

자녀는 그 감정이 자신의 것인 줄 알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감정의 전이 속에서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외면하고, 진짜 감정을 인식하지 못한 채

타인의 감정을 대신 살아가게 됩니다. 결국 깊은 공허함, 우울감, 자기 상실의 감정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게다가 우리는 대응 방식조차도 부모에게서 무의식적으로 배웁니다. 부모가 위기를 어떻게 다뤘는지,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아이들은 그 방식을 그대로 흡수하고 따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과거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그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만 세상과 부딪히다 보면 나는 늘 같은 문제에 갇혀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쯤 물어야 합니다. “나는 정말 나답게 살고 있는가?”

“지금의 나의 삶은, 진짜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진정한 회복은, 타인의 감정을 나의 감정에서 분리해내고, 지금 내가 사용하는 감정적 반응과 대응 방식이 과연 나에게 적절한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만약 혼자의 힘으로 이 과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심리 상담, 정신 건강 전문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삶이 낯설어졌을 때, 그 낯섦이 두렵기만 하다면 변화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낯섦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 속에 숨은 ‘진짜 나’를 만나려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때부터 삶은 진정한 방향을 회복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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