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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은 자들-1

by 춘향쌤

이 조선이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짐의 것이지 않는가?

그런데도, 저 무도한 왜적들이 코앞에까지 다다랐거늘...

일단 짐을 보전하자고 하는데도 그렇게 뜯어말린 신하들인데 도대체 누가 공신이란 말인가?’

”전하, 공신도감에서 보고 이옵니다.”

곽재우 의병장의 유물 - 곽재우장군 기념사업회 제공



‘이순신!’


‘이런 대역죄인이 어떻게 1등 공신이란 말인가?

신하인 주제에 감히 짐보다 더 추앙을 받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임금이라도 되겠다는 심산이란 말인가?


자결을 해야 마땅한 인사가 아닌가?’

‘그때, 통제사에서 파직시켰을 때, 죽였어야 했거늘.

수군을 없애라 교지도 내렸건만 멋대로 명을 거역하고는

13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왜선을 격침할 줄이야.’


“전하, 혹시 마음에 두고 계신 바가 있으신지요.”

“경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짐이 그때 한양을 잠시 피하는 용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짐이 있어 명국에서 군대를 보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사직이 보존될 수 있었겠는가? 그렇지 아니한가?”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그런데, 경들은 어떠했는가? 모두들 짐을 말리지 않았는가?”

신하들이 짐짓 못 들은 척 의뭉을 떠는 사이,


”차가운 비가 내리는 새벽은 짐의 아픈 마음과 같았노라.


의주까지의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한 길이었는가? 목숨을 내놓고 짐을 보필한 신하들의 이름이 이리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어찌 이리 소홀한가?”

호성공신 86명의 명단 -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목소리에 자못 노기까지 느껴지는 공기가 사관이 적고 있는 지필묵에도 전해온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왜적들을 소탕한 장수들의 공도 적지 않사옵나이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가 무더운 기운을 머금기 시작한 조정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른다.

“어허, 짐이 있고서 사직이 있고, 조선이 있는 것이거늘.


물론, 장수들의 공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명군의 뒤에서 잘 따라다닌 일들일 진데, 명군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고, 황제가 ‘조선의 강산을 다시 만들어준 은혜(재조지은, 再造之恩)’는 유례없는 것이었다.”


“경들의 생각이 짧았사옵나이다.


다시 작성해 올리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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