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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Feb 02. 2022

잦은 퇴사는 무기가 될 수 없을까?

작년 말 뉴욕 타임즈에서 월 1.99달러 프로모션을 진행하여, 뉴욕 타임즈 구독을 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아직까지 한다면 꼭 구독하기 바란다. 1년 동안 월 2,000원에 뉴욕타임즈 기사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무제한으로 즐기고 싶었던 주요 주제는 글로벌 경제 및 실리콘밸리 최신 소식이었는데(글로벌 경제나 실리콘 밸리 소식을 보려면 'Economist'를 구독하도록 하자!), 그보다는 정치 이야기와 인종 및 사회 문제 기사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눈에 띄었던 기사는 "Great Resignation"에 관련한 주제다. 


미국에서 가장 덕력이 높은 사이트인 레딧의 r/antiwork "Antiwork: Unemployment for all, not just the rich!" 커뮤니티의 팔로워수가 1.7백만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미국내 "Great Resignation"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고나 할까.


미국내 월별 퇴사자 비율 - 뉴욕타임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하는 것을 보면 "Work"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가 궁금해진다. 


"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일이란 마치 형벌이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일은 우리 인생의 업보에 대한 형벌인걸까? 아니면 단순히 공과금을 내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인걸까? 아니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뽑내기 위한 수단인걸까? 아니면 르브론처럼 선택받은 자들이 재능을 펼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걸까?(우리 모두가 르브론 제임스가 될 수는 없는걸까?)


르브론 제임스의 The Decision Show


동물과 인간의 차별점


동물에게 일이란 서바이벌 그 자체다. 생존을 위해 먹이를 사냥하는 일. 그 외 다른 일은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누워서 자거나, 가족과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거나. 매우 간단하다. 


여기서 한번 더 단계를 확장시켜 보자. 동물이라고 해도 특수한 목적으로 훈련받은 개를 생각해보자. 가령 마약 탐지를 맡은 개는 마약을 탐지하는 냄새를 맡는 훈련을 받았을 것이다. 이 개는 마약을 탐지하는 "일"을 수행하고, 먹을 것과 살 곳을 고용한 업체로부터 제공받는다.


마약 냄새를 탐지하는 개에게 "의지"가 들어가 있는가? 당연히 들어있지 않다. 단지 그는 고용주로부터 그렇게 하도록 훈련 받았을 뿐이다. 개는 마약 냄새를 맡아 범죄자를 소탕한다는 가치를 마음속에 새겨 두지 않는다. 단지 그렇게 하도록 훈련 받았을 뿐이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은 바로 인간에게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인간은 자신이 일을 할 때 자신의 의지를 그 안에 투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해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가지고 싶은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지니는 최고의 무기이다. 인간 사회가 발전해온 것은 이런 의지를 지닌 많은 사람들의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지가 사라진 업무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퇴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잦은 퇴사는 정말 꼭 나쁜 것일까?


산업 혁명 이후 대량 생산 체계가 확립됨에 따라 우리의 일은 점점 단순화 되어갔다. 특히 1913년 포드의 T 자형 모델 생산 체계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발명하여 대량 생산 체계 시스템을 갖추는데 일조하였고, 대량 생산 체계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확립되기 시작하였다.


대량 생산 체제의 확립으로 노동자들은 기계 조립 라인의 부속품이 되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인간은 훈련받은 마약 탐지견와 다를바 없는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지식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현대 산업 노동자들과 산업 혁명의 노동자들이 크게 다를까라고 생각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 혁명의 노동자들이 조립 라인에서 공구를 들고 일 했다면, 지금은 그 공구가 컴퓨터로 바뀌게 되었을 뿐이다. 공구에서 컴퓨터로 일의 도구가 바뀌었을 뿐, 인간의 자유 의지는 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Great Resignation"이라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치는 이유는 인간은 자신의 일을 통해 '의지'가 투영된 가치를 찾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잦은 퇴사의 의미 -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관점


나는 대부분의 일터에서 3년 이상을 일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나의 '의지'를 찾아 헤맸던 것 같다. 더 이상 일에 대한 '의지'를 찾지 못하면 떠난 것이다. 물론 회사의 재정적 문제라던가 창업 준비를 위한 이유들도 있지만, 그 역시 '의지'의 문제였으리라.


최근 프리랜서로 일하고는 있지만, 안정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에 면접도 보러 다니는 중인데 면접 중 나의 잦은 퇴사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이런 퇴사로 인해 개인의 커리어와 회사에게 모두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를 질문하는 이도 있었고, 잦은 퇴사로 인해 채용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들도 있었던 것 같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회사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퇴사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만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것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회사라면 나와 맞는 회사겠지만, 이미 모든 것이 구축된 회사에서 단지 그것을 유지만 시키는 곳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프리랜서 일을 조금 더 발전시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로 발전 시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꼭 회사에만 수입을 의존하는 것은 40~50년을 더 살아가야 하는 미래를 생각했을 때, 나의 가능성을 좁히는 결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퇴사는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한다.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만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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