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k Feb 01. 2022

회사는 도서관이다 - 1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 구별하기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흔히들 신입들이 면접을 볼 때 회사에서 열심히 배우겠다라는 대답을 하면, 면접관들은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배운 것을 써먹는 곳이다"라는 말로 면접관들의 포스를 내뿜고는 한다.


물론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학교는 교육을 위한 장소이지만, 회사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장소이니. 


회사가 학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곳이 많은 곳임에는 틀림없다. 학교처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떠먹여 주는 곳은 아니지만, 적어도 도서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고객과 거래처들을 볼 수 있고, 각 집단과 개인들의 소비 패턴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회사는 엄청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인더스트리와 상품에 대한 정보들이 널부러져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인더스트리와 상품에 대해서는 일반 소비자보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높다.


도서관에서 우리는 내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고, 책을 읽으며 개인의 성장을 이루어낸다. 적어도 개인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는 도서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도서관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어떤 아웃풋을 낼 수 있는지는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으니 아웃풋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일을 배우기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에 대해서 논의해보도록 하자. 우선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1편과 2편으로 나누도록 하겠다.


1편에서는 데이터 사용 관점으로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다.


1) 데이터


회사에는 무수한 데이터들이 있다. 이전에 일을 해왔던 선배들의 수많은 기안서들뿐만 아니라, 제품과 관련된 데이터, 그리고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까지.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를 구별할 수 있다.


나쁜 회사 예시 - 데이터 활용 능력이 없음


좋은 회사는 데이터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이를 충분히 활용 할 만한 ERP 시스템이 갖추어져있다. 


하지만 'ERP 시스템 존재 = 좋은회사'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 시스템이 그 회사 인더스트리에 잘 맞지 않는 ERP 시스템이라면 SAP 같이 비싼 ERP를 사용하더라도 데이터 미스매칭이 일어나기 때문에 좋은 회사가 아니다.


필자가 바로 전에 다니던 회사는 중견 그룹사였는데, 그룹사 통합으로 SAP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룹사 전체가 동일한 SAP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다보니, 계열사와 맞지 않는 데이터 형식이 계속 들어가게 되어 매입/매출에 대한 데이터가 효율적으로 정리되지 못하였다. 


데이터 베이스에 대한 이해 없이 리포팅을 위한 엑셀/피피티 작업만 수행하는 인력들이 기획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Raw 데이터를 제대로 쌓아놓지도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여 수많은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그룹사 내 IT 계열사가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별개의 회사이고 지원 업무만 하는 회사였다. 전사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실무를 담당하거나 DB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외부 회계사 출신이거나 흔히 말하는 숫자쟁이들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 파이프 라인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회사의 특징은 처음부터 온라인 기반이 아닌 오프라인 기반의 산업을 구축하고 있었을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 기반의 산업에서 성장하다보니, 데이터 구조나 추후 데이터 파이프 라인에 대한 설계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듯 싶다.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할 경우 데이터 파이프 라인에 대한 이해도나 가공 능력이 매우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어떤 데이터를 어떤 곳에 활용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의미 없는 보고서 작성에 할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인에게는 좋지 않은 회사라고 칭하겠다.


좋은 회사 예시 - 인더스트리에 맞는 데이터 베이스 활용


온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일즈와 마케팅을 하는 회사에 다니는 경우라면 회사 자체적으로 백엔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많이 있다. 자체 Web/Mobile App 백엔드와 프론트엔드를 모두 개발자들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 데이터 파이프 라인이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회사에서는 데이터 사용을 굉장히 강조하므로 데이터에 대한 여러가지 노하우를 쌓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문과생이라 할 지라도 데이터 추출을 위한 SQL 언어를 배워야 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부분 쿼리로 추출하거나, 백엔드에서 가져온 Raw 파일을 바탕으로 데이터 가공 해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Raw 파일에 대한 중요성이 높기 때문에, 데이터 가공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데이터 베이스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적어도 Raw 파일과 Summary 파일의 차이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데이터 베이스에 대한 이해도는 스스로 웹/앱 페이지를 구현해보지 않으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필자 역시 웹/앱 페이지를 실제로 혼자서 구현해보고, DB 스키마를 직접 짜보고 나서야 추후 데이터 관리를 어떻게 할지 감이 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경험을 겪지 않더라도 데이터 가공을 하다 보면, 보고 싶은 데이터를 따로 구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령 지금까지 대분류 지역에 대한 데이터만 보다 보면, 이를 확장하여 소분류 지역에 대한 데이터도 보고 싶기 마련이다. 이럴 때 DB에 새로운 컬럼 값을 집어 넣어 차고차곡 데이터를 쌓고, 이를 활용하여 기존의 데이터와 묶어서 데이터를 가공하다보면 좀 더 복잡한 비즈니즈 모델링과 데이터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인프라가 잘 구축된 회사에 다닐 경우, 본인의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오히려 규모가 큰 회사보다, 규모가 살짝 작은 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할 경우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다.


물론 데이터 리터러시가 필요하지 않은 직종도 존재는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기반의 업무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남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설득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데이러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데이터 리터러시 능력을 높이는 회사가 적어도 21세기에는 가장 좋은 회사이자, 도서관이 아닐까 싶다.


다음 2편에서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의 갈림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