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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Jan 18. 2022

창업의 갈림길

악의 순환고리를 끊어내는 길

1.

퇴사의 끝은 결국 이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라는 존재 앞에서 그 꿈은 멀어져만 갔다. 


사회는 개인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의식주의 제공이란 생존과 직결된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사회를 등돌리고 떠나온 개인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조직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 퇴사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아 맞다. 이래서 퇴사를 했었구나"


이렇게 생존을 갈망하는 개인과 자유를 갈망하는 개인 사이에서 고뇌를 거듭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어느 조직을 가던 그 고뇌는 변하지 않는다, 소멸되지 않는다. 본인이 변하기 전에는 절대로. 


2.

나는 변하고 싶었다. 그리고 창업이라는 꿈이 있었다. 아이템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마무리할만한 실력과 끈기는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변명하에 퇴근 후 스마트폰이라는 네모 안의 박스에 갇혀 시간을 떄우기 일쑤였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내가 생각했던 아이템은 이미 시장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서비스하고 있었다.


동업하기로 한 친구가 퇴사한 뒤 1년 동안 열심히 만들어왔던 코드는 완성 단계에 거의 다다른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 내놓기는 부족하다. 나 역시 프로그래밍을 배웠기에, 완성하려고 했지만 이미 작성된 코드를 이해하기에도 벅찼다. 더구나 새롭게 언어를 배우는 것도 벅찼다. 대신 나는 프로그래밍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을 커버하기로 했다. 그래봤자 하는 일이라고는 사진 데이터를 모으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정도였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도 미적지근 했고, 코드를 착실히 뜯어보지도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을 벗어나는 것은 아닐까 이미 체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가 어떻게든 해주겠지라는 의존적인 마음이 앞섰다. 나에게도 넉넉한 시간이 있다면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드디어 퇴사를 한 덕에 충분한 시간이 생기게 되었다.


3.

층분한 시간이 생기자 쉬고 싶다는 욕망이 미친듯이 몰려온다. 지금까지 잠이 부족했던 것 같기에 우선은 밀린 잠을 보충하자는 미명하에 미친듯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움직이기도 싫었고, 심지어 밥 먹는 것도 귀찮아졌다. 정말 미친듯이 일주일 동안 잠만 잤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구인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하나둘 내다보니 구직활동도 재밌는 것 같다. 그리고 면접 약속이 하나둘씩 잡히게 되자 면접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제기랄 이렇게 시간이 많은데 빨리 프로그래밍 공부도 더 하고, 코드 작업도 해서 빨리 마무리 해야한다. 근데 이상하게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 이걸 다 마무리 한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4.

한번쯤은 내가 생각했던 아이템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었다. 능력이 없어서 내가 하지는 못했지만, 친구가 작업했던 수많은 코드들을 보며 역시 세상에 한번쯤은 출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출시하고 싶은 이유가 꼭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다. 


이런 서비스가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바람에서 우리는 이 작업을 시작했다. 이 단순한 바람이 나에게는 창업이라는 꿈을 꾸게 만들었다. 이 서비스를 런칭해서 기왕이면 돈도 많이 벌어보자는 야망이랄까.


퇴사와 이직이라는 악의 순환 고리를 정말 끊어보고 싶다는 열망도 한 몫 거들었다. 


근데 이렇게 시간이 많은 때에 나는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걸까. 이미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출시되었으니, 돈이 안 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걱정이 나를 막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나는 너무 게을러서 창업을 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인걸까.


하지만 이대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변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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