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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Jun 30. 2018

#2 퇴사 : 계획은 다다익선

퇴사 후 계획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를 세우도록 하자

"삼십대를 넘긴 모든 페이스북 동료는 그런 사정에 처해 있었다. 페이스북은 뛰라고 요구했고, 그들이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은 '얼마나 높이 뛸까요?'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뛰었다. 회사의 모토를 되뇌며 급여를 주는 인물이 요구하는 장애물을 넘었고,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로고가 박힌 우주복을 입히고 그 모습을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자기만큼이나 노예상태인 동료들에게 온라인으로 찬사를 받았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카오스 멍키』
창업과 페이스북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도록 하자!!


1. 회사의 비전 제시 실패와 인간 관계의 어려움은 우리를 퇴사의 기로에 놓이게 한다.


앞서 말했듯 우리 회사에는 영업 실장님이 계셨다. 


실장님은 매출을 위해서라면 어떤 전투에도 뛰어들 수 있는 듯한 기백을 풍기면서도, 특별히 전투에는 뛰어들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VIP 전용 영업 실장님이었다.

판매에 집중하기보다는 패밀리라는 이름 하에 특정 VIP 고객들을 만들어, 그들에게 특급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그의 유일한 무기이자 생명줄이었다. 이렇게 편협한 영업 방식을 지속하다 보니(더구나 직언을 하는 사람의 말은 절대 듣지 않는 답정너 스타일의 최고봉이었다), 회사는 적자에 쌓이게 되고 결국 실장님은 금단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회사 내부에서 직원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곤 했으나, 회사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한다는 그의 열정을 사장님 또한 꺽을 수는 없어 보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꺽을 수 없는 열정은 부메랑이 되어, 회사에 돌아오게 되었다. 회사 내부의 일이기도 하고, 외부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새어나가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묘사하기로 하자. 


내가 퇴사하게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실장님 덕분이다. 나는 퇴사하기 약 2달 전부터 이 실장님과 엄청난 갈등에 휩싸이게 되어, 결국은 말을 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루는 또 금단의 영역에 들어가실려고 하길래 "저는 이건 못하겠는데요"라는 말을 떨리는 목소리로 하게 되었고, 그 이후 그와 나의 사이는 급격하게 멀어지게 되었다.

여러분의 퇴사 이유는 무엇인가요?


필자는 사람을 사귀는데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사이가 틀어지게 되면 말도 못할 지경으로 사이가 틀어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이 여전히 미숙하기 때문에, 퇴사를 생각 하면서도 "이게 정말 맞는 일일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쩌면 퇴사를 하기 보다는 관계를 회복하는 스킬을 발전시켜서,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1~2명의 답답한 회사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친하게 지냈었기데 더더욱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만큼은 퇴사를 하는게 아닌게 맞는가라는 생각을 꽤 하였던 것 같다. 그렇게 고민과 갈등을 겪던 와중 누군가의 은밀한 유혹이 나의 퇴사 결심에 쐐기를 박게 되었다.


2. 유혹은 외부에 있지 않다. 내부의 욕망이 외부의 자극과 잠시 만나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유혹이 될 뿐..


바로 이전 회사에서 나에게 많은 업무를 알려줬던 P라는 인물이 있다. 내가 보기에 그는 굉장히 똑똑해 보였고, 그 역시 꽤나 나를 좋아해주었다. 대략 2월부터 그가 창업을 하자며 나를 계속해서 꼬득이게 된다. 그러던 와중 창업 런칭 시기를 9월에 맞추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9월에 런칭을 하기 위해 하루빨리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때가 아마 4월 쯤이었던 것 같다. 회사는 금단의 영역에 들어서 있었고, 나 또한 왠지 그 금단의 영역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왜냐하면 영어로 된 문서는 모두 내가 번역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탑티어급 스타트업 회사들의 매출이 급격하게 성장했다는 기사들을 그와 공유하게 되었다. 왠지 내가 창업할 회사도 몇 년후 경제 뉴스에 저렇게 그래프로 등장할 것 같다는 장밋빛 희망이 머릿속에 꽉 차게 되었다. 이런 희망 가득한 미래를 상상하다 보니 빨리 금단의 영역에 들어간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5월에 적금이 끝날 예정이었기에, 적금이 끝나는 시기와 동시에 회사를 나올 수 있는 시기를 조율하다보니 그 시기가 5월 31일었고, 나는 매너있게 약 1달 반 전에 회사에 퇴직 의사를 통보하게 된다.

스타트업 꿈내기들에게는 꿈과 같은 수치들이다!

퇴직 의사를 통보할 때 쯔음 나에게는 P군과의 공동 창업을 제외하고도 2가지 옵션이 더 있었다. 한 가지는 베트남에 있는 한 IT회사에 면접을 보게 된 것이다. 그닥 갈 생각은 없었으나, 퇴직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에 붙었다는 이야기를 해야 퇴사 구실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우선 스카이프로 면접을 보게 된다. 혹시나 동업자와 관계가 깨지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어딘가 회사는 붙어 놓는 것이 좋을 듯 싶기도 하였다. 그리고 회사에는 합격하였다 거짓말을 한 채, 퇴사 날짜를 확정하게 되었다. 붙어도 가지는 말아야지 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였으나, 떨어지게 되어 약간 충격을 받기는 하였다. (그쪽에서는 즉시 일할 사람을 찾았으나, 나는 2달 뒤에나 일이 가능하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 했던 일 때문일 것이라고 아직까지 굳게 믿고 있다.) 


다른 옵션은 바로 베트남에서 창업을 하는 것이었다. 베트남에서 약 1년 동안 기숙사를 같이 쓴 형과 계속해서 베트남에서 창업을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는 했는데, 회사와의 인연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는 생각이 올 2월부터 계속해서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으므로 남은 것은 회사를 그만두는 시점만 결정하면 될 터였다. 사업 아이템도 정하기는 하였으나, 한국에서도 창업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인데(특히나 공공기관과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는 부분), 베트남에서 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여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베트남 창업 생각은 곧 버리게 되고, 한국에서 창업할 뜻을 품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데...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음 화에서는 퇴사 이후 생겨난 돌발상황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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