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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Jul 19. 2018

#7 퇴사 : 문명을 만든 원시시대 퇴사자

원시 시대 포기남들의 문명 발전사


프로퇴사러로서 오늘은 포기함으로써 얻는 것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퇴사를 한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나라에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라는 속담이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포기라는 단어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곤 한다.


하지만 포기하는 것이 과연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일까? 잠시 이야기를 원시 시대로 되돌려 보도록 하자. 원시 시대 사람들은 사냥을 할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사냥감을 추격했을까? 불꽃 남자 정대만 같이 포기하지 않는 사나이들이 존재하기는 했겠지만, 불꽃 남자들만이 존재하는 사회는 절대 지금과 같은 문명의 발전을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불꽃 남자들보다는 포기하는 이들이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은 사냥감을 관찰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사냥감들을 평생 쫓아 다녀봤자 굶어 죽기밖에 더하겠어? 동굴에나 들어가서 생각이나 좀 해보자..." 그렇다. 그들은 절대 사냥을 성공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린 것이다. 이 사실을 간파한 포기남들은 동굴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그리고 동굴 안에서 어떻게 하면 놓쳤던 사냥감들을 다시 잡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게 된다.


이 연구는 자신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에서 부터 시작한다. 근처의 돌맹이나 나뭇 가지들과 같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이렇게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돌과 나무들을 이용해 마침내 그들은 도구라는 것을 발명하게 된다.


이렇게 만든 도구들이 바로 창이나 화살과 같은 공격 무기들이다. 이러한 위대한 발명품들의 힘을 빌려 포기남들은 전에는 잡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던 사냥감들을 조금씩 조금씩 포획해나가기 시작한다. 자신들보다 조금 빠른 동물들을 잡을 수 있게는 되었지만,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맹수들은 아직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동물들이기에 신으로 추앙받기에 이르기까지 하는 지경에 닥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포기남들은 이들이 신으로 추앙 받는 것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포기남들의 포기가 수천년 그리고 수만년동안 계속된 끝에 도구는 점점 더 발달하게 되었고, 더이상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동물들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사냥감이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게 된다.


이렇듯 인간이 발전해 올 수 있는 계기는 바로 포기하는 이들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치 이 지구의 탄생이 빅뱅에서 시작되었듯이, 문명의 발달은 바로 원시 시대 포기남들의 손을 거쳐 발전해왔던 것이다.


나는 퇴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일을 겪게 되었을 때, 한 발자국 물러서 스스로를 뒤돌아볼 시간을 우리 인간은 필요로 한다. 이와 동시에 한 곳에서 몇 십년 동안 머무르며 포기하지 않는 이들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일을 이겨낸 불꽃 남자 들이기에. (참고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슬램덩크 캐릭터는 불꽃 남자 정대만이다.)


다만 포기라는 것이 가끔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라는 점을 한번 쯤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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