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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Jun 22. 2021

PART 1 - 퇴사 리틀 포레스트 2

퇴사라는 관문을 넘다

한 커뮤니티 싸이트에 개발자 공고를 냈다. 공고를 냈다지만, 지극히 스타트업다운 방식으로 인재를 끌어와야 할 터였다. 회사는 아직 만들지도 않은 상태.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바로 코파운더(Co-Founder)를 모집하는 것.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적은 연봉을 보전하고자 스톡옵션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추후 설립하게 될 법인의 지분을 놓고 개발자 공고를 내었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현실적인 예측을 뒤엎고, 한 분이 우리와 같은 길을 걷고 싶다는 의사 표명을 해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거절하였다. 'nate.com' 메일이 매우 거슬렸기 때문이다.


네이트온 이메일 사용 유무가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네이트온을 쓴다는 것 자체가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충분했다. 트렌드만으로 사업을 성공할 수는 없다. 트렌드만 쫓다 망하는 경우는 발에 치일정도로 많다. 하지만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할 사람이 없으니 내가 배워서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답답하면 내가 해야지.



기성용 선수가 '답답하면 너희가 뛰던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답답하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자기가 직접 하는게 낫다. 그래서 직접 하기로 했다. 그리고 왠지 살면서 프로그래밍은 배워놓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 기회에 배우지 않으면, 평생 못 배울 것이라는 후회를 할 것 같았다. 언제나 후회할 것 같다면, 하는게 옳은 선택이었다.


대신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해서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했다. 당시 회사에서 딱히 비전을 찾기도 힘들었고, 커리어 상으로도 발전하지 못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회사 사람들이 좋았고, 적어도 먹고 살 수 있는 돈은 준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퇴사 후 수입이 끊긴다는 사실이다. 모아 놓은 돈을 살펴보니 약 2,000만원 정도가 있었다. 아직 싱글이라 이 돈으로 최소한 1년은 버틸 수 있다. 원래 돈을 많이 쓰는 성격도 아니다. 또 프로그래밍 국비 과정을 6개월 동안 진행하는 동안 출석만 일정 비율 이상 채운다면, 월 40만원을 수당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그만두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퇴사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진짜로 퇴사하기 전까지는, 절대 퇴사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다.


퇴사라는 말을 오피셜하게 내뱉게 될 경우, 아무리 붙잡더라도 퇴사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좋다. 이것은 내가 첫 회사에서 겪었던 교훈이다. 


사람은 언제나 무의식 속에 자기 편과 남의 편을 나누기 마련이다.
퇴사를 하는 시점부터 당신은 남의 편이 되는 것이다.


퇴사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꺼내고 나니, 퇴사는 일사천리에 진행되었다. 대표님과 팀장님이 설득하기는 했지만, 이미 스케쥴이 있어 그 기간에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아두었다. 실제로는 한달 정도 쉬기는 했지만,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카드 발급과 교육 일정을 생각해보면 시간이 촉박했다. 


이제는 정말 프로그래밍 교육이 코앞에 다가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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