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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석 Oct 27. 2020

10. 산업이 변한다

탄소, 비용이 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활동 변화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RE100'이다. RE100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으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 기업들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애플과 구글 등 IT 기업부터, BMW와 GM 등 자동차 회사, 레코, 스타벅스, 버버리, 다양한 글로벌 은행들 등 업종과 형태를 막론하고 다양하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RE100을 달성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탄소는 비용이다. 비용은 새로운 장벽이 된다"


탄소배출거래권과 탄소세가 거론되면서 탄소는 산업 활동에서 하나의 비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탄서배출거래권부터 살펴보자. 우선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의 배출 권리를 사고팔 수 있게 한 제도이다. 기업이 할당받은 양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초과한 양만큼 탄소배출권을 사서 매우면 된다.


탄소배출권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를 보면 거래가 처음 시작된 2005년 이후 시행 초기인 2006년 30 유로까지 폭등한 이후 10여 년 간 10유로를 밑돌만큼 안정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탄소배출권이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EU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배출권 가격은 다시 크게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7월 배출권은 t당 30.8유로로 1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탄소세 역시 제품의 이동 즉 수출에 비용으로 작용한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제품들의 경우, 마치 관세 폭탄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급등하는 탄소배출권과 스웨덴과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몇 안 되는 탄소세 부과 국가들의 확대 움직임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선 제품 생산에 탄소 배출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감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RE100 참여기업들

여기에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RE100을 통해 관련 시장의 이미지 개선과 진입 비용 향상까지 이끌 수 있는 장점도 생긴다.


비용 증가 측면을 살펴보면 글로벌 업체들이 RE100을 선언하면서 협력업체들에게도 이를 강요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BMW나 구글, 애플 등이 RE100에 참여하면서 관련 부품 업체인 SK하이닉스나 LG화학, 삼성SDI 등에 RE100을 요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LG화학과 같은 협력업체들은 BMW 등의 구매 기업의 요구에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의 생산 단가는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그렇다면 핵심 부품의 단가 상승은 어떤 결과를 이끌게 될까? 관련 시장을 프리미엄 시장과 범용 시장으로 명확히 나누는 효과가 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프리미엄 제품은 가격은 비싸지만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제품이란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제품의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 좋은 중저가 제품과 확실한 차별점으로 작용하게 돼 이미 현재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자기들의 시장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새로운 장벽이 된다.


RE100에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비용의 이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현재 대부분 국가들은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한다. 현재 에너지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글로벌 기업들은 이마저도 비용 절감으로 철저하게 이용한다. 북유럽과 같이 대규모 해상풍력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다른 에너지원보다 낮은 곳의 경우, RE100 참여를 통해 전력비를 아낄 수 있다.


"산업 분야 탄소 제로도 이슈는 원자력"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해 뜨거운 감자는 원자력 분야이다.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없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는 산업 분야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첫 주자는 구글로부터 시작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앞으로 10년간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조 9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5GW(기가와트)의 풍력, 태양, 원자력 에너지 등을 확보하는 '탄소 제로 에너지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이미 RE100에 참여 중인 구글이 탄소 제로를 밝힌 이유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을 자사가 정의하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포함하기 위해서다.


구글 에너지 전환 정책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독일 육상 풍력발전 전경

풍력과 태양에너지, 원자력 프로젝트 결합하고 더 많은 배터리로 전력을 저장하며 인공지능(AI) 투자를 늘려 전력 수요·예측 능력을 개선하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청정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하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재 전력산업의 해법을 구글이 나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구글이 탄소 제로를 구현하는 데 원자력을 포함시킨 점에 주목하고 있다. EU가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편입한 이후 구글도 원자력을 탄소 제로에 효용적인 에너지원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 제로를 완벽하게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구글이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분야 온실가스 감축은 결국 에너지 분야 온실가스 감축"


현재 산업 분야의 핵심 논쟁도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원에 탈탄소를 성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쉬운 방법인 2차 에너지인 전기를 활용해 산업 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꼽힌다.


그렇다면 결국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 분야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수송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운행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운행 수단은 이미 상용화가 됐다. 문제는 운행 수단에 들어가는 연료가 얼마나 깨끗한지 여부다 


현재 전기차는 '친환경인가?', 수소차는 '친환경인가?' 란 물음을 던지면 긍정의 답변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차는 분명히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에너지원인 전기나 수소 생산을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에너지 효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끌 수 있는지에 달렸고, 에너지 전환의 성패에 따라 우리의 미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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