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에너지 자립도 위해 원전 유지 결정…주민동의 등 '첩첩산중'
일본은 전 세계 '에너지 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나라이다. 전 세계 6위 탄소 배출 국가임은 차치하더라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의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을 줬다.
일본 역시 현재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바꾸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일본 정부의 여러 정책들을 보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하다.
일본의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정책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줄이는 것과 빈약한 에너지 자급도를 높이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 감축하고, 에너지 자급도는 2030년까지 에너지 자급도 수준을 2013년 6%에서 24.3%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들어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기후와 경제 중 어떤 부분에 방점이 찍혀있을까?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 역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방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석탄 발전을 줄이고,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비중도 줄이는 방향이 일본의 최신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경제적인 측면, 즉 에너지 자급에 눈길이 간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면적인 탈원전을 선언한다. 당시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고, 재생에너지 확충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전력 공백은 석탄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천연가스를 징검다리 에너지로 이용해 에너지 공백을 최소화하는 탈원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탈원전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선택이었고, 아무런 대비 없었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우선, 탈원전 시기가 유례없는 고유가 시시와 물리면서 일본의 에너지 가격은 엄청나게 폭등한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충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에너지 자급도는 후쿠시마 사고 직전인 2010년 20%에서 2013년 6%까지 하락했다.
기후대응 측면에서도 갑작스러운 탈원전은 악영향을 끼쳤는데, 원전의 빈자리를 당장 채우기 위해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을 대폭 늘리다 보니 일본의 탄소배출 감축 여력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줄어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후쿠시마 사고 전인 2010년 일본의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80.6%였는데, 2016년에는 이 수치가 92.5%로 늘었다.
결국 일본은 에너지 자급도 향상을 위해 멈추겠다는 원전의 재가동을 선택했다.
일본의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자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은 일본 정부가 대하는 석탄의 인식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석탄이란 전원은 온실가스 배출에는 매우 불리한 에너지이지만, 수급할 수 있는 여건과 가격, 성능을 따지면 석탄은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 중 하나이다.
실제 석탄은 화석연료 중에서 지정학적 위험성이 석유나 천연가스 등 다른 화석연료들보다 낮다. 전쟁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이 적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비용 대비 효율인 경제성도 좋아 일본 정부는 석탄을 중요한 기저 전원 연료로서 판단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집중하는 에너지 기술 개발 분야를 유추할 수 있다. 일본은 석탄 화력 발전의 지속적인 사용을 위해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여러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은 석탄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초초임계압과 탄소 포집기술 등의 개발, 적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한 곳이다.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30년 기준 일본 정부가 예상하는 석탄화력 비중은 26% 수준이다. 이는 2013년 대비 6.9%p 줄어든 수치이다. 일본과 비슷한 위치의 선진국들이 2030년 탈석탄을 목표로 할 때 일본은 기술개발 등을 통해 석탄의 위험성을 낮추며 겨우 6.9%p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석탄화력 유지와 함께 일본의 에너지 정책의 또 하나의 핵심은 원전 비중 확대이다. 일본은 원자력을 '탈탄소화를 위한 선택지' 및 '중요한 기저 전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2030년 기준 원자력 전원 비중을 22%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전명 가동 중지 후 일본은 경제적인 이유로 원전 재가동을 선택한다. 이후 2018년 일본의 원전의 전원 비중은 0%에서 6% 수준으로 상승했다.
2030년 목표인 원전 비중 22%에 도달하기 위해선 가동 중지된 원전의 재가동 추진 여부가 핵심이다.
하지만 2011년 가동 중단된 총 54기 원전 중, 2019년 8월 기준 가동 재개를 위해 적합성 심사를 신청한 원전은 25기에 불과했고, 이 중 재가동이 승인된 원전이 13기였으며, 가동이 재개된 원전은 9기에 불과했다.
강화된 안전 기준을 만족하기도 어렵지, 실제 여러 안전 기준을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재가동이 승인된 원전이 실재 가동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원전 재가동에 정부 예상보다 부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일본 정부의 원전 재가동 계획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발전량 기준은 2030년까지 22~24%로 늘리기로 정했다. 여러 선진국 사례 중 우리나라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곳은 일본이 유일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