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12월

by 마왕

'저의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해하세요.' 꼬깃꼬깃하게 건넨 봉투엔 5만 원권 두 장이 들어있었다.


한겨울에 걸친 얇은 외투 위로 당신의 가난이 드러났고, 듬성듬성한 가난 사이로, 덜덜 떨며 봉투를 건네는 차가운 손등 위로, 당신의 뜨거운 사랑도 훤히 드러났다.


나는 그 사랑이 바닥에 줄줄 새는 것이 아까워서 서릿발처럼 서 있는 당신을 서럽게 껴안았다.


그러다가, 가지 않겠다는 당신의 손을 구태여 이끌고 통닭집으로 가서, 후라이드보다는 양념이 더 좋다는 내가, 다리는 내 꺼 날개는 당신 꺼 하면서 입에 끈덕진 기름을 묻혀가며 함께 통닭을 뜯었다.


주린 배가 살짝 꺼졌을 즈음 당신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추위를 피해 가며 봄 한 철 산수유가 피었을 나무 아래를 종종걸음으로 지나갔다.


또 제일 비싼 차를 대접하겠다며 어떤 궁궐 앞으로 가서, 주황색 불빛 하나를 켜 두고 위태롭게 서 있는 포장마차에서 어묵꼬치 한 개와, 종이컵에 담은 국물 한 모금을 삼켰다.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 길고 두터운 외투 안으로 당신을 품에 넣고, 아직 당신이 타고 가야 하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며 오래도록 거짓말을 쳤다.


나는 갑자기 무엇이 서글퍼서 목이 메기도 했고, 무엇이 즐거워서 기쁘기도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내일 일은 내일 해야지. 그저 오늘 사랑했던 날이 있었다.


겨울에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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