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안

by 마왕

네가 물도 보고 싶고 산도 좋다 그래서 거기루다가 골랐다. 저 멀리에 더 싼 곳도 있었는데, 나도 왔다 갔다 하기 편해야지. 내 생각도 좀 해서 거기로 했다.


누가 그러더라, 어차피 다 떠난 마당에 돈 써서 뭐 할 거냐고. 나는 속으로 콧방귀도 안 뀌었다. 내 돈 내가 쓰겠다는 데 누가 뭐라니? 보태주지 못할 망정 신경 끄랬다.


거기 가면 온통 애인 잃은 사람이나 애인 잃을 사람뿐이더라. 그래도 젤루 슬퍼 보이는 건 자식 잃은 사람들이었고.


누구는 생일이라 오고, 누구는 기일이라 오고, 별일 생겨서 오고, 별일이 없어서도 오고 그러는 게 나랑 똑같더라. 초록은 동색이라 그런지 거기 가면 조금 덜 슬픈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


앞에 만화도 틀어놓고, 로보트도 사다 놓고, 예쁜 공주 옷도 사다 놓고 그렇더라. 햄버거에 콜라에 치킨에, 어떤 할머니는 편의점 소시지까지 사다 놓더라. 어째 그 애들이 나보다 더 잘 먹는 거 같다.


가만 보면 다들 뭘 못해준 거랑, 못 말한 것 때문에 아주 안달이대. 나도 그게 뭐라고 안 해주고 안 사줬나 싶다. 그게 뭐라고 참았나 싶다.


요즘 부쩍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서 쪽지에 적어뒀다. 올 때 거기다 두고 오고 싶었는데 결국 두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좋은 거랑, 맛있는 거랑, 네가 좋아하는 것만 두고 싶었거든. 그래서 그런 것만 두고 왔다. 내가 하고 싶던 말은 그냥 도로 가지고 나왔다. 전엔 가지고 나오다가도 울었는데 지금은 안 운다.


이제 일 년에 예닐곱 번씩은 안 오련다. 정 힘들면 서너 번 오고, 형편 좋으면 일 년에 한두 번만 올란다.


빈 방에도, 집 가는 길에도 너가 생각나서 그랬다.


너가 없다. 너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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