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봄쯤이었나, 당신은 결혼식에 다녀오고, 나는 어디 좀 들렀다가 화성에서 만나자고 하던 날. 예쁘게 하고 오라던 말에, 뭐 입지 엊저녁 내내 고민하다가 결국 언젠가 당신이 예쁘다 했던 옷으로 입고 갔는데. 부러 차려입은 내 옷태가 어때 보이려나, 쭈뼛댈 틈도 없이 당신의 하늘하늘한 옷이 내 눈 앞에서 핑그르르-
저녁엔 성곽을 따라 걷는데 북포루로 갔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말에 반대로 빙 돌아서 화홍으로 가보기도 하고, 불어오는 저녁 바람이 아직 쌀쌀한 탓에 나는 혹시 몰라 가져온 얇은 외투를 이때다 싶어서 당신에게 건네다가, ‘옛날엔 임금이 여기서 걸었대’ 하는 쑥스러운 말도 꺼내보고, 벤치에 수줍게 앉아서 고백하는 듯해 보이는 연인들 앞을 수군수군 지나도 가보고.
집에 갈 때에는 당신과 여기서 하루 묵어갈 것을, 놈팡이의 허튼 수작질 같아 보일까 봐 속으로만 웃었지. 그날 떠 있던 달이 무슨 달이었더라. 반달이었나, 초승달이었나 아니면 쟁반같이 둥근달이었나. 어쨌든 기어코 오늘 같이 달 밝은 날이면 나는 이제 볼수 없는 뺨과 눈썹이 그리워서 또 울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러는거 아니겠는가.
수원에는 달을 띄운다더라, 달 떴을 때 보고 싶으면 엄청나게 그런 거라던데.
수원에 뜬 커다란 달, 당신 있는 거기엔 안 떴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