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Jul 25. 2020

세 잎 클로버의 희생, 네 잎 클로버의 행운

잊지 않겠다.

심심한지 공치로 간 Y군이 네 잎 클로버 보내왔다. 앞팀이 밀렸는지 운동 중 찾은 모양이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 행운이 있을 좋은 징조라고 덕담을 해주었다.


어려서 토끼풀이라 불렀던 풀은 커고 나서야 클로버인 줄 알게 되었다. 그것도 토종인 줄 알았는데 유럽이 원산지 란다. 토끼풀이라 불리는 이유도 깊이 생각해 본적 없이 토끼가 잘 먹는 풀이기 때문으로 알고 있었다.


이 놈은 워낙 번식력이 강해 잔디밭을 망치는 주범 중에서도 아주 독한 놈이 되시겠다. 그렇지만 그래도 토끼풀은  우리에게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 둘을 가지고 있어 그나마 천덕꾸러기는 면하고 있지 않나 싶다.


둘 중 하나의 무기가 토끼풀 꽂이다. 으레 우리 세대에는 꽃 두 개를 엮어 꽃반지, 꽃시계를 만들어 손가락에, 손목에 묶어 신나게 놀았던 좋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토끼풀 반지


첫째 무기는 머니머니 해도 토끼풀 하면 제일로 알아주는 게 네 잎 클로버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찾아보았을 테고 그러다 운 좋게 만날지라면 책갈피에 고이 간직해 행운이 오기를 기대하곤 했기 때문에 좋은 풀이된 것이다.


그런데 여태 껏 행운을 찾으려 남들처럼 수도 없이 풀밭을 기고 눈을 부릅떴지만 아직 내 눈에 띈 네 잎 클로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꾸준한 끈기가 없어 쉬이 포기를 하는 성격이 주된 이유였을 테지만  스스로 찾는 행운과 거리가 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토끼풀, 두개를 엮어면 천연 시계가 된다.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해 늘 괘심 하게 생각하고 있던 이후, 우연한 글에서 네 잎, 세 잎 클로버에 대한 글을 보았다.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밟히고 뜯긴 세 잎 클로버에 관한 것이었다. 지나가는 이야기 일지는 모르만 마음에 와 닿았다. 남들의 희생이 강요된 행운은 바람직하지 않은 게 아닌가 싶어서다. 그 이후 네 잎 클로버를 찾지 않았다.

눈으로 만 잠시 찾았다. 눈알이 돈다


하지만 가끔씩 잊지 않고 토끼풀 꽃시계,   클로버를 보내 주는 Y 같은 절친들이 있기에 내가 찾지 않아도 행운이 나와 함께 하는 이유 이리라 생각해본다.


어쩌면 나에게는 그 들이 네 잎 클로버 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홉 사람이 싫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