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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Sep 22. 2020

바람이 불어온다

답답한 도시, 삶의 활동 구역에서 벗어나 멀지 않은 곳에 여행이란 명목으로 떠나면 도시보다 많이 한적한 곳에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기차를 타 느긋이 이어폰을 귀에 꼽고 가을 노래에 창문 밖을 멍 때리며 반쯤 정신 나간채로 바라볼 여유가 있다면 얼추 여행엔 성공한 것이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차 속도에 빠르게 지나치는 전봇대와 전 길 줄 너머 멀리, 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벼 색에 역광의 가을 햇살이 비추어진 들판일 것이다.


바람이 불어온다. 살아 온길도 가야 하는 길도 언제나 한결같지 않다. 찬란한 봄꽃을 주었다면 미세먼지가 도시를 덮었고, 무성한 생명의 세력엔 태풍이 도사렸지 않는가? 그래서 오늘 높아야 했던 가을 하늘을 즐기기엔 바람이 더욱 세차다.

늘 반복되는 여행의 모습은, 출발 때의 여유와 설렘과 행복감, 기대감이라지만 돌아오는 광명행 케이티엑슨 일상 복귀라는  무거운 짐에 300 킬로의 속도가 더 빠르게 무거움이 스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다. 그래도 오늘은 낫다 애써 위로해본다. 시월이 저만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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