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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ug 05. 2021

휴가를 호텔로 간다?

호캉스

여러 매체를 통해 스쳐 들은 기억은 있다지만 최소한 어제까지 “호캉스”란 의미를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진짜 몰랐습니다.


회사에 직책이 아주 높은 여성 L분이 있는데 가끔 업무에 지치면 양념 치기로 재미나는 세상 이야기를 종종 공유합니다. 나이차는 조금 있지만(나보다 적음) 보통의 중년으로 공통분모가 있기에 씨덥잖은 일들이 주제 거리가 되어 낄낄 거리며 웃곤 합니다.


이 날도 휴가철인만큼 휴가를 어디로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의 신변잡기식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남편이 1박 2일로 친구와 강원도에 골프를 가기 때문에 1박 2일 동안 자유를 얻었다 만세라고 합니다.  남편을 제외하고 만세를 부를 정도의 기쁨이 무엇일까 궁금해 물었는데 남은 가족이 서울 호텔에 머물 예정이라 합니다.


갑자기 띵합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집인데  “집 두고 왜 호텔?”. 이해 불가를 막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보편적인 휴가 보내기의 방편으로 “호캉스”라 한다 하고 “호캉스”에 대해 설명합니다. 호텔 외부를 다니기보다 주로 호텔 내부 시설 이용하여 즐기고, 심신을 편하게 하는 휴가랍니다.


집을 두고 왜 호텔을 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이해 불가 외쳤습니다. 호텔은 두 말할 필요 없이 휴가나 출장 시 부득이하게 집에서 잘 수 없을 경우, 임시로 잠을 자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세상 제일 편한 집을 가까이 두고 호텔에서 자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L분의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랍니다. 둘 다 꼰댄가요?


표본이 적은 통계의 오차는 있지만 L분이 하시는 말이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보통 여성은 여행을 가면 숙박의 좋고 나쁨이 주변 유흥, 관광 시설과 편리성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고 합니다. 호텔에서 주는 편안함, 쾌적함이 집에서와는 다른 느낌이라 합니다. 그리고 핵심적인 거 하나 더 보태자면 가사를 안 해도 된다는 자유라 하고요.


우리 아니 남자들은 보통 그러잖아요. 여행을 간다 하면 주변 관광지와 놀거리가 좋아야 하므로 맛난 음식 먹고 술 한잔 걸치고 들어가 그냥 잠을 자는 곳, 즉 여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와 잠시 잠만 자는 곳이 숙박 시절의 기능으로 생각하지 않나요? 비싼 숙박시설 이용에 있었어 아침에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L분의 이야기를 듣고 씽송해 하던 중 오늘 점심시간 다른 신세대 여성 직원 Y의 신랄한 동조 의견을 듣고 나서는 “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이해가 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집 두고 “웬 호텔?”“여행 보다 호텔?”이라는 의구심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다만 이제는 그토록 좋은 숙박을 외치는 분들의 나와 다른 시선을 존중을 해야 하겠단 생각이 드네요.


불현듯 남들이 한다는 호캉스를 무리수 두고 해 보려 제주도 특급 호텔을 뒤졌더니 어마한 가격에도 벌써 빈 곳이 없다 하네요. 세상이 그랬군요.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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