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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Sep 03. 2021

여름에 주문하고 가을에 배달된 선물

책 선물은 늘 고맙고 감사하단 거

출근 후 이른 아침 사무실, 매일 확인하는 메일을 확인하고 긴 하루를 준비할 때다. 비교적 늦게 출근하는 직원이 여유롭게 한 묶음 우편물을 건네주었다. 매달 정기적으로 배달되어 오는 우편물, 전시회 초대장 그리고 어랍쑈 예상이 안 되는 A4 크기의 택배 봉투였다. 배달 문자도 없었고, 주문한 거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더 궁금증을 불렀다.


도착 예정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며칠 전 ebay에 주문한 사진기 부속품일까? 늘 옳기만 한 택배는 긍정을 전달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부랴부랴 포장 봉투 한쪽을 개방하고 곁눈으로 내부를 살펴보았다. 엥, 예상과는 달리 부품은 아니었고 두껍고 큰 책, 얇고 작은 책이다.


포장지와 내부 주문 명세표를 서둘러 찬찬히 보았는데 발신자가 없다. 발신자가 없다? 직관적으로  잡았다. "L"이다. 틀림없다. 가끔 깜놀을 즐기는  특기이기에 틀림이 없다 추측했다.   "  내산"  하는 것으로 선택하여 보낸 것도 충분히 누군지 예상을 하게 한다. 언제나   권을 보내는 것도  몫했다. 아마도 두권중  권은 건지라는 배려,  일종의 보험일 테다.


아침부터 감동 먹었다. L은 최근 돌발 일로 바쁘다 해 왠지 어제 위문차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야겠다 생각만 했다 시기를 놓쳤는데 선수를 당했다. 늦었지만 팝콘 세트를 보낸 후 L이 의도했다면 깜놀(서프라이징)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깜작 놀랬으니 의도에 부합, 성공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더 큰 반전이 있을 줄이야.


고맙다는 인사에 이게, 이게 참 돌아오는 답이 동문서답이다.

"재미납니까? 재미 낫으면 좋겠는데요"

"...................."

"방금 포장 뜯었는데 재미나는지 우째아노?"

"한 달 전에 보냈는데"

"..................................................."

그리하여 긴급하게 송장을 확인하게 되는데 서로가 놀랐다. 뜨악,  7월 30일 도착, 전달된 게 오늘 9월 2일.


L의 곰 기질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확실해졌다. 연락 없으면 확인이라도 해야지 그냥 두는 놀라운 인내력의 소유자다. 한 달을 참는 신뢰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디 택배 보관 장소에 배달되어 구석 데기에 짱 박혀 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여름에 주문되어  달이 넘게 배달되지 않았던 소포는 계절이 바뀐 어느 가을날 아침에 배달되었다. 가끔 한결같이 깜놀을 해주는 L 마음이 고맙게 와닿는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아주 소중 일거리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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