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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Sep 07. 2021

까마중이 아니라 땡깔

기분 좋은 날

큰길 다니면 달리기바빠 주변을 둘러볼 재미가 없어요.  운동  골목길을 배회하는  능소화가 오래된 담벼락을 타고 피어있는 였어요. 중국이 원산지인 능소화 이맘때쯤 필름에 잘만 담으면 동양화처럼 이쁘게 진으로 담을  있어요.


차에서 내려 필름 서너팡 소모하고 마무리하려   담벼락 옆에 텃밭이 보이는데요.  작물인 붉은 고추가 가을임을 짐작케 했습니다.


그려느니하고 있을 때 밭고랑 제일 앞쪽에 까만 열매가 눈에 확 끌립니다. "땡깔"입니다. 전기도  들어오는 시골에서 뱀딸기, 깨묵(깨금, 개암), 보리수 등과 함께 배고픈 우리들의 먹거리가 되어준 열매라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옛날 생각이   알을  씹어 보았는데 옛날의  맛이  납니다. 시큼하지도 않은  니맛 내 맛없는 싱거운 느낌인데요  어린 시절엔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세월이 흘러 야생초 편지를  우리가 촌에서 땡깔이라고 부른  "까마중"이라 불린 다는  알았습니다. 아마 텃밭 주인은 아재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밭고랑에 고추도 아닌 까마중을 잡초로 여겨 뽑지 않고 열매가 익을 때까지 남겨두는 갬성을 보면 말이죠. 아재가 아니면 살아 남지 못했을 꺼란 생각을 해봅니다.


지나칠 수 있었던 길을 능소화와 담벼락의 인연이 오래된 기억을 소환해준 기분 좋은 날이 되었네요.


능소화


땡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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