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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Feb 23. 2022

하수로 사는 법은

도전 혹은 멈춤

충무로에서 전시회 작품 설치로 바쁘다는 작가님께 뜬금없이 DM 넣었습니다.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몇 개월 연락 없다가 밑도 끊도 없는 직진의 물음은 진짜 뜬금이 없긴 하였습니다.   

   . 전문 사진가는 뭘 먹고 사나요? 도대체~

   . 사진으로 돈 버는 법 ㅋㅋ?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보내자마자 재빠르게 전화하겠다 답이 오고 금방 벨이 울렸습니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았습니다. 물음은 짧지만 형이상학적이인 양념과 삶의 현실이 더해진다면 사진 하는 사람들의 입방아란 불 보듯 뻔하니까요.


"사진으로 먹고살게 없음. 사진으로 돈 버는 법 없음"으로 단칼에 새싹을 잘라 버리며 꿈 깨라는 답변에 내심 섭섭하긴 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그럴 이유가 있다 합니다. 디지털 사진의 보편화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뭉게 버려 웨딩, 행사 등 대부분의 사진 작업들이  모두 각자 스스로 해결이 가능하게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를 활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술의 발전이 대중의 생활을 바꾸어 버렸다 하겠지요.


관중(팬)이 없는 야구는 공놀이에 불과하듯 글과 사진 모두 독자가 없다면 놀이에 불과하겠지요. 행위로 인하여 어떻게 돈을 만들 수 있냐 것이 중요한 요소일진대 점점 쪼개어 세분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좋아 시작한 일로 놀이를 넘어 전문가를 대적하기에는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게 되었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Flying) 놈만 있을 줄 알았는데 로켓을 타는 분들이 별을 따간다 말입니다.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은 시대에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일을 자기만족의 취미로 남기엔 못내 성이 차지 않겠지만 돈 만들 욕심은 살금 놓아야 할 시기입니다. 세상에는 글 잘 쓰는, 노래 잘하는, 당구를 잘 치는 전문 넘사벽 고수들이 천지 삐까리입니다. 더군다나 재야의 고수는 까도 까도 또 나오는 걸 보면 수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냥 즐기고, 하고 싶은데로, 안 하고 싶은데로, 마음 내키는 데로 해 보는 게 하수의 자세 인가 싶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나는, 천상 하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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