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지 않은 저녁, "지친 하루"

by 바다 김춘식

주말 저녁 무렵 두 장의 사진을 포함한 톡이 Y로부터 왔다. 주말임에도 늦은 시간 집으로 가는 중이라 했다. 자유로운 직업이라 정해 놓은 시간이 없이 평일과 주말에도 종종 일을 한다는 했으므로 퇴근이라 전혀 의심 없이 짐작을 했다.


오래전 K로부터도 퇴근 무렵 전화가 왔다. 일을 하고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다 했다. "지친 하루"라는 노래를 들으면 왈칵 눈물이 솟아질 것 같다며 노래를 들어 보라 했다. 퇴근이면 으레 지치고, 고단하다는 게 불문율이다.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사라지고픈 충동에 허전함이 밀려오는 감정을 지하철 창밖의 시선으로, 승용차 운전대에 실어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거다.


색이 묘한 저녁 느낌이다


그 이후 "지친 하루"는 힘든 하루의 종말이 되었고, 퇴근은 언제나 고단한 것이 되었다. 또 그래야만 했다.


보내온 두장의 어둡수록 한 회색의 사진 속에는 어둠의 빛을 받은 적당한 높이의 건물과 조명탑 인공 빛을 배경으로 지친 사람을 토해 놓을 것 같은 열차가 보통의 퇴근 시간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말이든 남은 하루를 즐겁게 해 줄 진심이 담긴 위로의 답을 꺼내고 싶었다.


그런데 반전, 퇴근이 아니란다. 교육을 마치고 신나게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표현이었단다. 지침도 아니고 고단도 아닌 긍정의 즐거움이었다 한다. 사진과 상황은 "지친 하루"를 상상하기에 너무 맞아떨어져 완벽한 상황이었는데, 동문서답에 오그라든다.


Y에게 오직 내 중심적인 생각뿐인 것에 미안했고, 전하고픈 마음을 몰라준 게 마음의 짐이 되었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었고 좀 더 깊은 사고가 필요하단 교훈을 얻었야 했다.


Y가 오히려 위로의 말을 해준다. "내 마음을 읽어 주려고 구구절절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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