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져 버린 검버섯

시커멓게 타버린 마음

by 바다 김춘식

얼굴에 무엇인가 우두툴한게 만져진다. 여드름 인가 싶어 쥐어짜 보았지만 짜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오늘 동갑내기 직원은 허리디스크 증세에 많이 좀 괴롭다 하고 매일 기본적인 걷기 운동과 철봉에 매달린다 한다. 좋아하는 산을 못 간지는 나와 같이 오래란다.


부쩍 가려운 곳이 많아졌다. 며 칠 견디다 못해 일찍 마치는 오늘 병원행을 택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병원 간 김에 얼굴 뾰두라지의 형체가 무엇인지 여쭈었다. 선생님은 커다란 돋보기로 쓰윽 보더시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도 없이 병명을 내어 놓았다. "검 버섯입니다" "............................................................"


아우, 멘붕, 우울, 심쿵, 복잡 미묘한 감정 훅 치고 왔다. 오래전 그때도 그랬었다. 안경을 맞추려 갔었는데 안경사분이 이것 저건 안경알 막 교체하더니 짧게 딱 두 마디를 하더라.

"잘 보이죠?" "네~~~~~~" "노안입니다"

"..........................................................."


그 때 처음 우울증이란 걸 알았고, 후유증으로 근 일주일을 끙끙 앓았더랬다. 인생의 첫 좌절이었다. 충격과 공포로 보낸 날들이 며칠 이던가? 그 후 무릎도가니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흰머리카락이 스멀 나오기 시작함에 점점 순응과 포기의 과정을 겪었다.


감히 내게 검버섯이라니, 감히 말이다. 바로 지지고 지져 달랬다. 아프고 마시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직진, 사정없이 지져 없애야만 했다. 그리하고는 일단 속이 시원했다. 이단 삼단의 재발과 예방조치는 생각 안 하고 싶었다.


아까 동갑내기 직원이 잘라 꿈을 깨워 주었다. "더 좋아지길 바라는 나이는 이제 아냐. 현상 유지만 해" 오늘 술 푸자. 소주 좀 푸자고, 오늘이 그니까 1년 꺾어진 7월 첫날 이라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