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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ug 01. 2022

매운 게 싫다고요

콩국수도 싫어요

콩국수를 싫어합니다. 멸치 잔치국수를 사랑하는 파입니다. 콩국수 간을 소금으로 하잖아요. 소금 조금 넣고 간 보고, 넣고 간 보고 하다가 간을 다 맞추기 전에 국수 건더기가 사라져요. 매번 먹은 거 없이 돈만 들이고 배만 불러요.


간 맞추기의 번거로움에 한때 한방에 소금을 한 움큼 때려 넣어 버렸는데 짜서 먹지도 못하고 옆사람 눈치 보다 슬금 버렸어요. 그 이후 콩국수랑 빠빠이, 이별이었습니다.


식탁에 콩국수 한 사발이 있네요. 저녁 운동장 구내식당 벽에 붙은 식단이 많아 보여요. 15개 정도 되어 보이는 식단에 먹을 게 없단 말이지요. 울며 겨자 먹기의 선택이 콩국 수래요. 어처구니없게도 잔치국수는 겨울철음식이랍니다.


육고기를 안 먹은 지 20년이 되었네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를 안 먹어 못 먹는 음식보다 매워 못 먹는 음식이 훨씬 더 많다는 거요. 사실입니다. 식당에서 맵냐고 물어보면 십중 구구 안 맵단 답이 오는데 결과는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게 우리나라 음식입니다.


음식 맵기의 다양성 인정을 목 터져라 외쳐보고 싶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경제성 원리로 늘 맵기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망향 휴게소 콩나물 라면이 어느 때부터 신라면으로 바뀌어 항의했더니 윗선의 지시 사항이라 합니다. 어쩝니까? 철수죠. 아마 철수를 그때부터 싫어했나 보긴 하네요.


15개 넘는 식단 중에 마지막 몇 개 남은 식단 중 국물 빨간 열무국수는 한 젓가락에 포기하고 고스란히 팔천 원을 계산했고요. 된장찌개는 청량 빼라 했는데도 국물이 그냥 매워 포기했어요. 낭패스럽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게 콩국수랍니다.


세상 어떤 다양성도 돈 앞에선 무용지물, 왼손잡이 골퍼용 연습 장소가 없다 시 피하여 강제 오른손잡이로 변신한 경우를 수차례 보아 왔습니다. 있어도 제일 귀퉁이에 한 자리가 있을 뿐입니다.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장애인도 포함입니다. 장애인 시설 들어온다니까 주변 집값 내린다 시위는 잘하더랬습니다. 다양성에 따른 배려 랄까요 이런 게 없어요.


다양성에 따른 선택권을 보장해 주세요. 신라면이 싫어요. 콩국수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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