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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29. 2022

힘을 내야지

긴 하루를 보내고.

이른 새벽 눈을 뜬다. 아직 어두움이 세상에 깔려있다. 겨울 아침이다. 봄날 같은 따스한 11월이라 해도 태양이 뜨고 지고, 빛과 어둠의 순리는 어찌할 수 없나 보다.


해가 동편에서 떠올 기미가 보인다. 빛이 어둠을 가까스로 이겼다. 저녁이면 어둠이 빛을 이길 것이다.


어둠이 슬금 사라졌다.

매일 하는 일, 승강기를 타고 부지런히 걸어 주차장에 도착하는 길, 심쿵하고 놀랐다. 비 온 날 다음날, 봄 같은 겨울에 가을이 차에 고스란히 앉았다.


행여 출근길 바람에 날려 떨어질까 노심초사 걱정을 했다


고인물은 잠깐 가을을 가두어 두었다


문을 열까? 망설임, 설레임


오늘은 떨어진 낙엽 처럼 춥다.


저녁 무렵, L에게 문자를 했다. "머 해" 답은 "힘들다" 또 답은 "힘내라". 실은 하고 싶은 답도 나도 "힘들다"였다.


남극에 있어야 할 얼음이 없어졌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초 비상 상황이다. 기후 변화가 진짜 가까이 왔다. 사람도 사물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


해빙으로 덥여야 할 남극 바다, 그냥 바다다


며칠째 하루하루 달라지는 남극 환경에 오늘 세운 대책이 자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속절없다. 이제 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바깥공기가 차가워지나 싶어 한 숨 들이켜니 마음도 차가워진다. 무거워진다.


맥빠진 퇴근길, 소주한잔


"나도 힘들다." "힘내자"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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