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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n 06. 2023

쓰레기 줍줍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가 됩니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준비했습니다. 준비랄께 결국 마음의 준비 이겠지만요. 남들이 플로깅이라 하는데 영어는 까막이라 모르겠고 그냥 쓰레기 줍기입니다.


사회에 작은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쓰레기 줍기를 생각하고 있던 참에 어느 날 공원 산책로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쓰레기를 줍고 있는 것을 보았고,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길에 쓰레기 줍는 할머니를 몇 번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아마도 쓰레기 줍기 실천의 용기가 되었나 봅니다.


쓰레기 줍는 집게를 주문하고 검은 봉지와 쓰레기봉투를 사며 하나하나 준비를 했습니다. 기준 원칙은 미화원의 손이 닿지 않은 장소여야 하고 가능하면 한 달에 한 번으로 정했습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 힘을 합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주변 지인들에게 슬쩍 동참을 물어보았더니 한결 같이 반대의 의사를 주었습니다. 이유는 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줍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장소로 x 골프연습장 근처에 있는 산책로 주차장을 정했습니다. 평소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더럽기 그지없는 곳입니다. 한 사람이 버리기 시작하여 더러워지면 후속 여러 사람이 쉽게 버리게 만드는 사람의 심리가 있는 가봅니다. 악순환이 되는 장소로 보였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낑낑거리며 주워 50리터 봉투 한 개 반 정도를 수거했는데 부피도 부피지만 담배꽁초가 많아도 너무 많아 집게로는 어려워 쪼그려 앉아 일일이 손으로 주워 담았습니다. 사실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허리가 아파 힘들었습니다.


경험하지 않는 일은 역시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먹다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는 고약한 악취가 났고 벌레 발생 그리고 비위가 약한 편이라 보기가 역겨워 수거가 어려웠습니다. 커피, 음료수용 플라스틱 컵도 남아 있는 내용물이 섞어 있는 게 문제였어요. 차라리 담배꽁초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수거보다 수월했습니다.


수거 후도 문제 였어요. 캔, 플라스틱이 오염이 되다 보니까 상한 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흙이 곳곳에 묻어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집에 자문을 받으니 오염된 것은 재활용이 안되니 욕심을 놓고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합니다. 집까지 차량으로 운반 시 트렁크 악취와 오염수 누수 대책도 문제였습니다.


마침 아파트 재활용 날이라 깨끗한 캔과 플라스틱 제품은 분리하여 수거 통에 넣고 나머지는 집에 들고 와서 세탁 후 분리 수거 할까 생각하다 너무 과한 것 같아 양심을 잠시 접고 쓰레기봉투에 넣어 처리했습니다.


뿌듯할 세도 없이 경험 없이 시작한 거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쓰레기봉투 크기 선정부터, 편한 집게 유형, 장소선정, 수거 후 뒷 처리 등 다양한 문제가 넘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현충일에 시작하여 한 달에 한 번의 줍줍 약속을 지켜야 할 텐데 어쩔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변화로는 아주 가끔씩 피우던 담배마저 아주 끊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담배 피우면 꽁초를 필연적으로 버리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쓰레기를 결단코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생하여 줍는데 버릴 순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힘들게 용기를 내어 시작한 거 "당신은 버리세요. 저는 줍겠습니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해보려 합니다.



줍줍하시는 고마운 외국인


아휴~ 꽁초


깔끔 정리


버리세요. 주울께요


주웠어요


생각보다 많아요


트렁크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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