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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ug 01. 2023

여름 여름 여름

8월

개망초 꽃이 의자 판지 사이를 아슬하게 꽃을 피웠다. 다른 이름은 계란 꽃, 토종꽃은 아니라 한다. 아슬하게 피웠단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을 하였다. 첫째 작은 틈새사이를 비집고 올라왔으니 풀떼기가 약하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졌다란 것이고 두 번째는 신기하게도 사람이 앉는 의자에 부러지지 않고 꽃을 피우고 있다는 뜻이다.


종종 아스팔트 사이로 피어난 잡초에 신기해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의자에 앉지는 않았다. 행여 나로 인해 부러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앉는다면 분명 참사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때문이다.


다행히 의자의 위치가 그늘진 곳이 없이 개활지 땡볕을 직접 받는 장소라 개망초가 가을이 되어 생명을 다할 때까지 더위와 습도를 무렵 쓰고 이 의자에 앉을 사람이 없을 것이란 희망적인 생각을 해본다.


개망초가 의자 판지 사이에 꽃을 피운 것은 두 가지의 조건, 생명력과 사람이 간섭하지 않은 것이 딱 맞아떨어진 결과로 나온 성과이다. 억지로 조건을 맞추려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우연찮게 세상에서는 자주 일어난다. 조건들이 맞아떨어져 좋은 결과를 내면 인연이고, 나쁜 결과로 귀결되면 악연이 되겠다.


하늘의 해는 뜨겁고 장마가 지나간 대기는 습하디 습하다. 높은 기온은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식물, 나무의 중심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성장하여 유전자를 퍼트리게는 적합하다. 여기저기 시끄러운 여치 소리는 발자국 인기척에 잠깐 멈춘다.


지금 당장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좋을 텐데 여름철에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다. 훌러덩 웃통을 벗어 바람을 느끼고 싶지만 지금은 단지 뜨거운 공기일 뿐 바람은 없다. 한여름은 이제 고작 시작일 뿐이지만 뜨거울수록 더욱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은 깊어 갈 것이다.


주말 늦은 오후에 ~


개망초




가을이 그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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