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면세점에서 춘식이 캐릭터 인형을 구입해 한참 후배인 심서방에게 던져 준 적이 있다. 가끔 여행지에서 춘식이를 사서 선물을 하면 모두들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좋아들 하신다. 내 이름이 촌실한 춘식이 임을 밝힌 적이 있으니 그 이유가 되시겠다.
심서방은 국제 커플이라 한국서 결혼식 하고 살다 일본에서 두 번째 결혼식 한다 최근 일본에 넘어갔다 복귀한 녀석이다. 결혼식 하기도 바쁘고 경황이 없을 텐데 올 때 선물을 사 온다 했던 것 같다. 결혼하러 간다는 놈이 무슨 정신이 있을까 하여 사실 잊고 있었다. 나이 들면 세상 잘하는 게 잊는 거 이기도 하다. 정말 잘한다.
오늘 점심을 그쪽회사 다니는 친구랑 돈가스 썰자 하고 약속장소 나갔더니 오호, 계획에 없었던 심서방이 나와 깜짝 놀랐다. 둥근 박스 쓰윽 던지면서 일본에서 물건너 온 선물이라 한다. 자고로 선물은 무거워야 맛깔이건만 이건 무지 가볍다. 사무실에 복귀해 혼자 조용히 즐거움을 만끽하며 포장을 뜯을라(언박싱) 했더니만 두 놈이 난리 아니겠는가?
선물은 무엇을 어떻게 받아도 행복하다. 두두둥 포장 속 물건은 뭔고 하니, 앗, 사진기다. 전설의 Konica mini 다. 어찌 사진보다 사진기를, 디지털 보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것을 알았을까? 또 한대의 사진기 추가다. 사진기 없어 사진 못 찍을 수는 없지만 다다익선, 또 한대 추가라니 신난다.
멋진 사진을 뽑아 줄 것 같은 감성 자극에는 심서방이 성공인가 보다. 싸다고 연신 미안해하는 곧은 심서방의 마음이 곱게 느껴진다. 춘식이를 선물을 주면서 보복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이다.
최근 나의 핵심단어(키워드)는 "기대"란거다. 어떤 사람 관계이든 기대 보다 베풀고, 베풀지 못해 기대를 바란다면 오지랖을 애초 부리지 마란거다. 오늘 기대하지 않았더니 더 큰 감동이 왔다. 일단 그리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