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사랑할 수밖에
갬성이란 미래보다 과거를 슬쩍 들추어 볼 때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미래 지향적이기보다 쬐끔 염세적인 것에 기반을 둘 때가 더 많아 갬성질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지랄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막바지 봄, 공원을 헤매며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기다리고 있을 즈음, 두 여성분이 나무아래 의자에 책멍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벚꽃나무, 의자, 책, 바람에 실려오는 꽃잎들은 세상 완벽한 봄 그림, 수채화였다.
내년 이 맘 때쯤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예정이고, 벚꽃 나무아래 의자를 펼 것이고, 적당히 바람은 불어 줄 것이며, 바람에 꽃잎은 흩날려 온통 바닥을 연분홍 주단을 깔 것이며, 느긋하게 이 모든 것을 은근 즐기며 갬성 지랄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필름사진, 감성 촉촉, 낭만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