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오고 책도 오고 감동도 오고 감성도 오고
주말 저녁, 장맛비가 무지 막지 내리고, 오늘 같은 날은 신나게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 되는 와이퍼만큼 귀가 길은 마음이 조급하다. 우산을 꺼내기 귀찮기도 하고, 왠지 서양분들의 문화가 멋질 것이란 잠시 미친 어이없는 생각에 우산 없이 차에서 내려 불과 50미터여를 걷고는 순식간에 옷과 머리가 흠뻑 젖었다. 젖은 옷의 꿉꿉하고 찝찝함이 감성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많이 역부족이다. 역시 비 오는 날 감성은 우산이지 비를 맞는 청승은 우리와 거리가 아주 먼 나라 이야기다.
이른 아침, 적당한 구름 그늘과 구름 사이 슬쩍슬쩍 비춰는 햇볕과 길게 부는 바람은 야외 운동의 최적 날씨가 되었고, 오후가 되자마자 쏟아지는 폭우에 오랜만에 찾은 산사의 여유로움과 빗소리는 물 빠진 색의 수채화다. 이런 계획에 맞추어 때 마침 오전에 맑음, 오후엔 비를 선사하는 미친 날씨 운에 참말 즐거운 하루다.
이번주는 꽃에 진심이라는 브런치 글을 유심히 지켜보고 기억한 독자(남자지인)로부터 받은 기습적인 꽃바구니는 놀람과 감동을 주었고, L로부터 예측하지도 못하게 받은 기습적인 3권의 책 선물에 잠시 묵혀둔 책 읽기 감성을 꺼내 보기로도 했다. 사진 동호회에서는 7월에 연꽃 출사지로 관곡지를 가잔 기습적인 연락도 있었다. 모두가 기습적인 감동과 함께 바쁜 일상에 짬짬이 숨 쉴만한 틈을 주었다
6월에 마지막 주, 마지막 주말은 감동과 슬픔과 걱정과 즐거움과 우울이 복합된 멋진 날들 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7월에는 꽃봉오리에서 떨어진 꽃잎으로 융단(카펫) 꽃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