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날씨가 장난 아니게 더워 상한선을 넘어 어지러울 지경이라 할까요. 대프리카 출신으로 더위엔 자신이 있다 잠깐 자만한 자신을 반성을 하게 합니다.
지난주 후배 P와 K반장이 저번의 호의에 대한 복수를 한다며 저녁 약속을 제안하여 왔습니다. 발전적 협업사업을 추진하다 맺은 인연으로 세명은 형님 동생하기로 이미 중국집 결의를 한 터였고 어찌하다 도원의 결의 비스무리하게 가끔 만나 밥을 먹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육고기를 먹지 않는 나를 위해 배려 추천한 음식이 장어라지요. 장어 좋잖아요. 소문난 여름 보양식이니까요. 여기까지는 매우 좋았습니다만 반전이 있습니다. 여름철 장어 생각만 한 것입니다. 지금이 8월임을 알아야 했었거든요.
식당에 딱 들어선 순간 식당 사장님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습니다. 아아 아뿔싸, 장어는 불이 필요한 것이었지요. 그때부터 환장 파티여요. 에어컨이 감당이 안될 때의 그 낭패감은 오래전 대프리카 살 때 선풍기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 상황을 소환했습니다. 선풍기에 더운 바람이 나오면 대안은 오로지 헥헥 거리는 것뿐이죠.
세상 잘 사는 법,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열띤 대화의 결론은 회사 다닐 때는 단점, 퇴사 후에는 장점만 보이는 일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 지랄 같이 보이는 회사라도 그냥 다니 것이 꿀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가오지 않은 내일 일을 걱정하는 K의 해파리 제거 민원해결을 위한 특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투덜 거림을 들어주며 꼬리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은 후 이른 시간에 뒷모습 P와 K를 배웅하고 서둘러 대리를 불렀습니다. 더 머무다간 죽을지도 몰랐습니다.
대리를 기다리며 L에게 "여름철 장어, 더워 죽음"이라 했더니 "맥주집 고고"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 시기의 맥주는 늘 옳다는 지론입니다. 장어는 8월 한 여름에 섭취할 음식은 아닌가 봅니다.
집의 에어컨 천하는 쾌적한 천국입니다. P에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톡이 들어옵니다. MZ보다 쬐끔 높은 나이로 애매한 세대지만 입이 달도록 K가 칭찬을 하는 거 보면 회사 생활을 잘하는 중으로 보입니다. 다음 달 전기비는 모르겠고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하다 빵빵 온도 최하로 고정, 장어 열기를 식힙니다. 8월의 첫날에 뜨거운 불맛을 제대로 본 듯합니만 짜증스럽더라도 조금 참고 쉬엄쉬엄 움직여야 할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제 9월이 머지않았습니다. 장어꼬리의 힘을 믿어 선선한 바람을 기다려야 할 세 남자가 기억할 장어집 더위 만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