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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ug 20. 2024

박 씨를 물어 다오(1)

새(Bird)

일요일 늦게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기를 더 좋아하는 우리 카페 동호회 회원모임으로 급 일요일 모임이 결성이 되었습니다. 쭐래쭐래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일은 걷기 운동과 더불어 즐거운 일입니다.


그날도 일찍 맥주를 곁들인 점저 후에 각자 사진기를 들고 즐겁게 거리를 배회하고 하고 있을 즈음 한분이 대열을 이탈하여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는 거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같은 풍경, 사물이라도 워낙 사진을 보는 눈이 제각기 달라 찍을 거리가 다양하여 평소 있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한참있다  없어진 C 분이 나타나 늦은 이유를 주절주절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참, 듣지 말아야 하는 것을 들고 말았습니다. 왜 그 말을 하는지 원망도 했습니다. 고등학생 인듯한 학생이 새끼새를 화단에 두어 새를 관찰하느라 늦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고뇌가 시작되었습니다. 화단에 둔 새끼새는 분명 죽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과 또 관여하면 고난의 귀찮은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이 충돌하는 고뇌입니다.


새끼새는 화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위의 방치는 곧 죽음이기에 늘 그랬듯이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종이컵에 담고 행여나 죽을까 조급해져 모임분에게 거듭 양해를 구하고 지하철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살려야 하긴 하는데 정보가 없으니 갈팡질팡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너튜브에 처럼 살려 키우고 싶었지만 아무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생명을 장난을 치는 듯 불가항력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급한 데로 물, 메뚜기 한 마리와 사과 조각을 먹이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한밤을 지냈습니다. 적은애는 새똥 냄새가 싫다고 야속하게도 다른 대안을 요구했습니다. 다음날 새벽에 공원에서 메뚜기를 잡아 먹이고 출근을 했습니다. 키우는 문제라기보다 생명의 문제라 자신이 없어하던 차에 적은애가 야생 동물 보호소 정보를 줍니다.


회사 근처 보호소에 전화를 했더니 다행스럽게도 받아 준다는 대답입니다. 집에 연락을 하여 회사로 가져오라 하니 사모님께서 어처구니가 없어합니다만 어렵게 설득하여 회사로 가져다 주기로 합니다. 보호소에 사전 연락을 한 데로 방문 후 인수인계서 작성함으로써 이틀 동안의 새끼새 구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보호소에서는 이유식을 한다 하여 메뚜기를 먹인 것이 행여나 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자책을 해봅니다. 회복이 되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합니다. 안심이 되긴 했지만 하루사이 인연에 정이 들었는지 짠한 마음에 꼭 자연으로 돌아가 창공으로 날기를 기원했습니다. 보호소에서 보호 결과를 알여 주면 좋을 텐데 그분들도 무지 바쁘겠지요. 나중에 박 씨를 물고 오면 사양 안 하겠습니다.


컵에 임시 보호를 했습니다. 보호소에서 박새 같다 합니다.


물과 먹이를 먹고 기운을 차린 듯합니다. 짜식, 얼굴을 안 보여 줍니다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인계를 했습니다. 마음은 홀가분과 죄책감도 들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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