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인가 가을은 슬픈 계절이 되었습니다. 찬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나뭇잎이 공중을 서너 바퀴 돌아 낙엽이 되어 뒹굴게 됨으로 결국 나무가 마지막 잎새를 남길 즈음이면 겨울이 찾아옵니다.
이번 가을은 슬픈 계절이 아닐 줄 알았는데 희망사항이었을 뿐이었네요. 여러 가지 일들이 흘러가며 감정 속에 숨어드는 세월들이 야속하게 하는 것이죠.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만난 것은 헤어지게 되고, 떠난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에 헤어짐의 감정이 행여나 희석될까 하는 기대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야속한 세월들이 밉게 되나 봅니다.
500백 년 강은 그대로 일지라도 강물은 매년 그 물이 아닐 테고, 수백 년 나무는 그 형태를 유지할지라도 매년의 그 잎이 아닌 듯합니다. 한 친구는 먼저 별이 되었고, 10년이 넘은 인연은 하나둘 떠나고 홀로 남겨진 기분은 마지막 잎새를 붙들고 있는 간절한 나무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쓸쓸 무거운 바람이 불어와 이른 아침의 기온을 영하로 끌어내리고 노란 가을 은행나무 낙엽은 점점 인도 위를 덥을 시절에 내 마음 갈 곳을 결코 잃고 싶지는 않다는 바램만이 한결같습니다.
필름사진, 핫셀블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