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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 주는 사람, 그런 사람 좋아요

삼계탕 왕따 후기

by 바다 김춘식

복날을 앞둔 금요일 점심, 고기를 먹지 않는 석연찮은 이유로 회사 삼계탕집 모임 참여에 강제 제외되었다 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있는 일로 직원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흔쾌히 혼밥을 동의했지요. 혼자인 상황의 대처 방안으로 나름 하루 전 혼밥의 진수다 하여 도시락 반찬에 신경 쓰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황제의 도시락은 어렵더라도 여느 보통의 식사 이상의 정도는 되어야 덜 서럽지 않겠다는 복안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콩을 넣은 잡곡밥에다 층층이 테트리스하여 쌓은 계란말이랑 김치 한통을 준비하여 당당하게 출근을 했더랬죠.


당일 별생각 없이 일하고 있는 1030분쯤에 별안간 내선으로 전화가 왔어요. 우리 부서 사무실이 6층인데 전화한 주인공은 4층에 거주하는 덩치는 산(Mountain)만 한데 선입견과 달리 마음은 또 콩알만 한 녀석입니다. 문신한 마음씨 착한 조폭을 연상하시면 딱입니다.


삼계탕 못 가신다면서요. 따 당하셨네요. 소문 다 낫어요. 섭섭해하지 마세요 등등 할 말을 다하는 듯 약 올리며 염장질을 해 됩니다. 쓸데없는 그런 말 하지 하지 말고 무슨 말해야 하는지 정답 알려 줄까?라고 했더니 그때서야 막 웃으면서 그 말하려 전화했다 합니다. 너무 불쌍해서 밥 먹어 드린다며 점심시간 맞추어 1층 현관에 내려오랍니다. 올 바른 대답을 바라고 정답을 알려 준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덕분에 오랜만 둘이서 친구 삼아 재미나게 오손도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입니다. 세상일은 다 좋을 수 없잖아요. 두 가지 오류가 발생했어요. 지가 밥묵자 했으면 밥값도 당연 포함일 거라는 것이 보통 상식임에도 밥값은 내가 계산했고 그 덩치분은 진짜로 같이 먹어 주는 것만으로 끝났어요. 양심은 있어 2차 카페 음료차는 쏘아 주었습니다. 구내 카페는 외부에 비해 찻값이 아주 쌉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정성껏 준비해 준 도시락이 더운 날씨에 운명을 다하시어 먹지 못하고 쓰레기로 처리함에 집에 계신 분으로부터 겁나게 깨졌습니다. 훈훈한 시작이 슬픈 결말로 마무리됨에 따라 의도치 않게 간이 커 배밖으로 나온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간이 매우 적습니다.


(식사비의 진실은 평소 유사 조폭님께서 밥값을 자주 계산하기에 본인이 산다는 것을 극구 사양하고 제가 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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