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덥네요. 여름이면 여름다워야 한다지만 훅하는 열기를 품은 습도는 냉방기가 없으면 참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옛날 대프리카 살 적에 선풍기에서 뜨신 바람이 나올 때면 감당이 불감당이었던 때가 있었죠. 지금은 덥다 해도 시원한 바람이 사방이라 천국이긴 합니다.
정부 정책에 때아닌 북극항로 붐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기고문도 써야 하는 바빴던 지난 이주동안은 여러 생각이 많았습니다. 세상과 마음은 날씨만큼 점점 더워지고 있나 봅니다. 걱정돌이의 걱정들과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물음엔 당장 답을 내어놓기에 모호하기 때문에 혼돈이 오기도 합니다.
잠깐이나마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까 하는 참에 며칠 전 친구가 맥주 회담을 제의하길래 선 듯 응했습니다. 그 약속의 날이 푹푹 쪄 되는 오늘 불금 금요일입니다. 오늘의 조합은 더위를 뚫고 모인 세명의 대학 동기입니다. J군는 이른 나이에 우리의 로망이자 꿈인 셔터맨의 길(아내가 아닌 한의사 딸)을 걷고 있고 한놈 A군은 어느 기관의 원장자리 늘 호시탐탐 노리는 교수입니다.
이쯤의 나이에 화젯거리란 늘 새로운 건 없어 다들 그렇고 그런 회사일, 가족 걱정은 아니란 겁니다. 만나면 서로서로 몇 번이고 이미 확인을 하고 또 했지만 다시 해야 하는 국룰인 물음 있죠. 정년 나이와 정년의 해를 서로 확인하고 부러워하던지 안타까워하던지 둘 중 하나에 서로 위안을 합니다. 또 정년 이후 연금액의 계산과 노후대책에 대한 탄식들입니다. 이제 현직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회사 대표이거나 고위직 공무원 몇 명 그리고 교수들만 남아있는 나이가 되었단 사실이 세월의 흐름을 실감합니다.
옛날과 달리 우리 친구들 모임에 변함이 있다는 것은 주로 1차로 끝을 내며 술을 자제하고 퍼마시지 않는다 것으로 2차 카페도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찍 만나고 일찍 파하게 되는 상황이 이제는 당연한가 봅니다. 체력도 딸리기도 하겠지요.
송도 총기사고를 비롯한 잡다한 세상일들에 대한 시답잖은 의견들을 나누느라 L군은 눈꽃 설맥 2잔에 일반맥주 500cc 한잔, A군은 눈꽃 2잔, 나는 겨우 눈꽃 한잔 반을 버겁게 비웠고, 안주는 닭, 오징어 각 한 마리가 희생이 되었고 감자튀김은 덤이었습니다. 오늘의 계산은 딸 셔터맨인 L군이 병원 법카, 딸 기회(찬스)라도 있는지 저번에 이어 또 했습니다. 오케이 감사죠. 지 두 번에 나 한번 사라는데 한 번 더 감사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은 거창할까라는 물음 그리고 파랑새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물음은 세월에 더 이상 질문이 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한 여름밤 맥주 한잔에 평생 잡아온 파랑새를 고이 자연으로 돌려보낼 때가 되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