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문화원과 외국인 근로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남동공단 조망 이랬죠. 네, 큰길과 숲을 지나 승기천을 넘으면 바로 남동국가 공단이어요. 한때 회사일이 힘들고 고달플 때 공단 주변을 운동삼아 서성인적이 있었지요. 밤늦게까지 불 켜진 공장에서 들리는 둔탁한 기계소리와 묵묵히 일하는 작업자의 모습에 나는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했고 지친 생활을 위로했습니다.
최근 공단에 외국 근로자들이 많이 늘었단 게 보입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 수가 느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는데요. 비싸게 보이지 않는 생활용 자전거에 완전 선수 복장이 아닌 것으로 확연히 외국 근로자인 줄 알아요.
어느 날, 사진놀이 그림을 찾아 호시탐탐 돌아다니다 우연히 호구포역 근처 남동문화원에서 시끌시끌 요란한 행사 소리가 들렸어요. 그날 이후 사진거리가 궁할 때 웃음소리가 좋아 간혹 찾는 이곳은 외국 근로자들을 위한 공간이었어요.
오늘은 농구대항전을 치르고 있나 보더라고요. 축제인 듯 가득 모인 인원수와 상자 채로 쌓아 놓은 먹거리, NBA도 놀라고 갈 열기와 신중함에 놀라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었더니 필리핀이라 하더군요. 필리핀 사람들의 농구사랑은 만만치 않잖아요. 팀수와 심판의 규모에서 추측컨대 지속적으로 해온 정규 주말리그로 보였어요.
모르긴 해도 그들에게 농구란 멀리 타국에서 고단했던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버틸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었겠지요.
나는 그들을 동정하거나 측은하게 바라볼까 하는 스스로의 마음에 경계를 하였으며 하나둘 여기 있는 외국 근로자분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의 작은 행복은 모두에게 소중하기 때문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