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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마음, 11월

강화도 전등사

by 바다 김춘식

겨울의 자락 답지 않게 햇살이 따갑습니다. 새벽은 아니었지만 조금 일찍 집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많이 가본 장소이지만 처음 가는 곳처럼 설렘도 있었고 마지막 가을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좋았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이야기입니다.


봄 볕 같은 가을날에는 많은 사람을 나들이하게 합니다. 이른 시간부터 사람이 붐비는 것을 보면 좋은 것은 너무나 잘 아는 우리들입니다. 사찰에서 아들, 딸이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어르신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는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너튜브로 공부한 얇은 불교 지식으로 대웅보전, 약사전, 관음전을 차례로 들리고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삼성각에서 아래로 내려다본모습은 나름 나름 사연이 있을 사람들과 가을의 멋진 풍경들이었습니다.


예년보다 길게 느껴지는 가을 사찰에서의 감정은 평온함과 편안함이므로 잠깐 약사전 계단에 앉아 멍을 때려 보기도 합니다. 세상살이는 좋은데 상처와 아픔은 늘 가지고 사는 우리, 가지에 아직 매달려있는 노란빛을 내는 은행잎은 아마 스쳐부는 바람을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소원을 마음속에 빌어 보았습니다. 작년 별이 된 강아지와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학대받지 않기를 소원하며 아프지 않을 건강과 세상 일을 이루고자 하는 L의 바람이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계절은 바뀔지라도, 우리가 시간을 붙들어 매거나 바꿀 수 없더라도, 마음은 한결같은 11월의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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