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민지 Sep 22. 2022

아빠를 닮았다는 말이 너무 싫었다

스텔라, 너희 행성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하니?


여기 지구에서는, 아니 우리 나라에서는 천으로 꽁꽁 싸매더라고.

나도 처음 알았어.


병실에서 숨이 끊어진 걸 확인하자 어떤 사람들이 들어와서 아빠가 누워있는 침대보를 들어 몸부터 시작해서 머리까지 다 덮었어.

아니, 덮었다기 보다는 천 양쪽 끝을 꽉 묶었지.


10분을 그렇게 꽁꽁 싸매는 데 내 몸이 쪼이는 느낌이 들었어. 저러다가 잠시 깨어나도 저 천을 벗지 못해서 숨 막혀 죽겠구나 싶을 만큼 말이야. 속이 점점 답답하고 거북해졌어.


나는 속으로 외쳤지.

조금만 헐렁하게 해달라고.


그렇게 싸여진 아빠는 내가 보기에도 굉장히 작았어. 작은 줄은 알았는데 정말 한 줌 밖에 안 되더라고. 그 하얀 천에 쌓여진 몸덩이를 보고 있는데 마음이 찢어지는 거야.


저 작은 몸으로 모든 세상의 풍파를 겪느라 그렇게 몸이 아팠겠구나.     


그리고 장례식날 우리는 마지막으로 아빠를 보러 장례식장 옆 방에 마련된 곳으로 들어갔지. 엄마는 그 전부터 눈물을 훌쩍였어. 관에 아빠가 하얀색 수의를 입은 채 예쁘게 누워있더라고. 수의에 금장이 박혀있고, 발에는 예쁜 덧신을 신고 있었지. 이제 어딜 걷든 아빠는 괜찮을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


아빠는 수의를 입으니 빛이 났어. 맨날 칙칙한 검정색 점퍼나 짙은 갈색 바지를 입고 다녔거든. 옷에는 정말 아빠가 관심이 없었어. 살아 생전에 저렇게 곱게 입혀줄걸 그랬어. 수의가 너무 잘 어울리지 뭐야.

너무나도 귀여운 요정같았어.


나는 찬찬히 아빠 얼굴을 바라봤지.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오목조목 다 들어가 있었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바라만 보고 훌쩍이고 있는데 장의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차가운 곳에 오래 들어가 있어서 추울 테니까 많이 만져서 따뜻하게 해주세요."


아빠 얼굴을 어루 만졌어. 죽은 사람인데도 피부가 참 고왔지. 장의사 언니가 아빠한테 로션을 참 많이 발라줬나봐.


관 속에 누워 있는 아빠를 보면서 생각했어.

작은 몸이 참 예쁘다고.


예전에는 작은 키가 너무 싫어서 아빠를 원망했거든. 사람이 좀 훤칠해야 당당해 보이고, 무시 안 당한다고 생각했어. 근데 작은 사람은 남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걸 오늘 아빠를 보고 알았어.


아빠 닮았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었는데 큰 눈이랑 작은 코 그리고 얇은 입술을 쏙 빼닮은 게 이제는 참 좋아.


스텔라,

사람은 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사람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유기적으로 엮어있잖아.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싶어 하지.


처음에는 아빠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인 줄 몰랐어.

단역 혹은 가끔 악역인 줄 알았어.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야 알았어. 아빠는 기계같은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 선택된 사람이란 걸. 그리고 나는 아빠에게 사랑을 주기위해 선택된 사람이란 걸.

아빠를 사랑하고 나서 나 이제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알게된 것 같아.


스텔라. 너는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니?

외모부터 마음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랜서 딸을 둔 아빠의 장례식장 모습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