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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Oct 03. 2021

저는 누군가의 이른 아침이고 싶습니다

성숙기에 접어든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해보다.

저는 누군가의 이른 아침이고 싶습니다


                                                by 차우준



저는 누군가의 이른 아침이고 싶습니다

봄날의 목련이 움을 틔우려는 순간처럼

아직은 동이 트기 전, 누군가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정갈하게 갠 속옷을 그의 머리맡에 놓아주는 삶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새근거리는 숨결을, 무표정하게 평온한 얼굴을

몇 분, 아니 몇 초라도 바라보는 순간

약간의 부족했던 잠은 이내 채워지곤 합니다

나의 시간을 그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 행복하다 말해 봅니다

밥솥의 밥 익는 증기 소리에 맞추어

창 넘어로부터 상긋하게 들려오는 새의 소리는

진실되게 그를 사랑하는 내 방식에 대한

자연이 주는 작은 선물입니다

나의 작은 시간이라도 줄 수 있음은

사랑하는 자의 특권입니다

저는 언제나 누군가의 이른 아침이고 싶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렇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PS. 학창 시절 아직 덜 깬 잠으로 눈을 부비적 거리며 아침을 맞이하던 나는 거의 매일같이 주방에 불을 켜고 본인도 잠이 부족한 표정으로 아침밥을 짓고 나와 동생의 등교 준비와 아버지의 출근 준비를 챙기시던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지금은 그 당시의 정상가족의 모습이라 보였던 모든 것들이 일종의 타파되어야 하는 고정화된 성역할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다만, 그 모습 속에서 존재했던 사랑과 상호존중은 여전히 지금까지 유효하다. 이것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와 그 표현을 바라보는 인식하는 주체만이 시대적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은 받을 수 있을 때보다 줄 수 있을 때 더욱 행복하다. 요즘은 받는 게 익숙해지고 싶은 세상이라고 누군가 말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어서만큼 행복한 것은 없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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