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준을 만들자
'적당히'라는 말, '별일 없다'는 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쉽게 내뱉곤 한다.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쓰면 되지, 뭐. 별 일 없이 살면 되지, 뭐.
누구나 쉽게 쓰고 있는 말들. 그러나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하지 못해서 적당했으면 하는 마음, 별 일이 많아서 별일 없고 싶은 마음. 말은 쉽게 내뱉지만 실제로 '적당히', '별 일 없이' 살 수가 없는 우리네 인생. 매번 지독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간신히 '적당히' 살 수 있고, '별 일 없이' 지낼 수 있는 현실. 아비규환과 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는 매번 마음속의 불안함과 싸워 나가야만 한다. 더 이상 불안이 아닌 안정 속에서 살고 싶은 소망과 함께.
그러면서 내가 예전에 썼던 짧은 글이 생각났다.
적당한 시기에 태어나 적당히 교육을 받고 적당한 대학에 입학해 적당히 취업하고 적당히 연애할 만한 사람과 적당히 연애하고 적당히 결혼할 만한 사람과 적당한 때에 결혼하고 적당히 원할 때 아이들을 적당할 만큼 낳고 적당히 월급을 벌어 적당히 생활비를 쓰고 적당히 목돈을 모아 적당히 노후를 준비하고 적당히 나이가 들어 적당한 때에 죽는다. 사람들은 적당한 것을 말하는데, 도대체 그놈의 적당히가 뭔가요?
이 글을 썼던 당시에는 어른들이 말하는 그 '적당히'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사람들이 외치는, '적당히'라는 게 당최 뭔지 모르겠어서, 적당한 걸 원하는 세상이 너무 싫어서 썼던 글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 자신도 다른 사람들이 외치는 '적당히'에 맞춰 사는 것이 버거워서 모두에게 화를 내고 있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안정된 삶을 원하지만,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타인이 말하는 '적당히'에 껴맞춰 살며, 그들이 말하는 '적당히'에 종속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적당히', '별 일 없이' 사는 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심리적으로나마 '적당히', '별 일 없이' 살아보는 건 어떨까. '적당한' 나만의 기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세상 사람들이 외치는 '적당히'에 나를 맞출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나만의 소확행을 이뤄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삶은 좀 더 적당해지고 별 일 없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