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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하일기 05화

나태와 게으름에 대하여...

2025년 1월 10일 금요일

by 제갈해리
나태와 게으름에 대하여...

내 인생은 나태, 게으름과 함께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학창 시절 내내 등교시간에 지각했던 것을 포함해 친구, 지인들과의 시간 약속을 번번이 지키지 않은 것, 심지어 일자리 면접 시간에도 늦기까지 한 것 등 내 인생은 나태와 게으름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도 지각쟁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이런 별명은 분명 내 사회적인 이미지에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밥 먹듯 직장에 5분, 10분씩 계속 지각을 하고 있다. 사장님께서는 처음에는 몇 번 지적을 하셨지만, 이제는 반복되는 지각에 초연해지신 듯 보인다. 대신, 맡은 일은 열심히 해내니 그걸로 봐주시는 것 같다.


내 게으름의 정도가 어떤가 하면, 어머니께서 내 방을 청소하라고 하신 지가 1년이 넘었는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방에 쌓인 물건들을 손 하나 까닥하고 대지 않은 것이다. 먼지가 쌓인 책들과 잡동사니들이 방 안 이곳저곳에 뒤죽박죽 놓여 있었는데, 그것들에서 구릿구릿하면서 오래된 냄새까지 스멀스멀 나오는 지경이었다.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어 예비사위가 될 남자친구가 우리 집에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머니는 그가 우리 집에 올 때까지 내 방을 당장 청소하지 않으면 나를 집에서 내쫓겠다고까지 말씀하셨다. 위기의식을 느낀 나는 그제야 쓰레기봉투 가장 큰 것을 가져다가 내 방에 쌓여 있던 잡동사니들을 쑤셔 박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쌓여만 있던 책(어린 시절에 봤던 초등학생용 위인전기)들을 버려 버리고, 책장을 닦고 자주 보는 책들로 새 단장을 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내 방은 다시 깨끗해지고 사람 사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었다.


또 다른 게으름의 예를 들면, (이건 정말 말하기가 부끄러운 것인데) 재수 시절, 수능 원서 접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원서 접수일까지 아무 생각 없이 탱자탱자 놀고 있다가 원서 접수 마감일이 당일이라는 것을 어머니를 통해 알고 나서 부랴부랴 원서 접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입학 지원서를 접수하려고 했다. 그런데 찍어놓은 반명함판 사진이 없어서 급한 마음에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얼굴이 그나마 잘 나온 사진을 원서에 넣어 지원 등록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고 느껴진다. 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었음에도 나는 게으름을 피우느라 입시의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정말 이 놈의 게으름은 언제까지 내 인생을 따라다닐까. 죽어서야 끝날 일인가. 나태지옥에 떨어져 무한대의 시간 동안 돌을 굴리면서 돌에 깔리는 형벌을 받아야 고쳐질 일인가. 일곱 개의 대죄 중 하나인 나태. 나태함은 하느님이 말씀하신 큰 죄 중 하나인데, 이 죄를 짊으로써 우리는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야 한다. 천주교 신자인 나로서도 이 나태함을 극복하고, 이겨내 나가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하면 나태와 게으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내가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는 순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항상 그런 순간, 나는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을 나중으로 미뤄 왔다. 그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일을 나중으로 미루게 되면 분명 그르치게 된다는 것을. 일을 그르치게 되면 그 일들이 모여서 언젠가 내 인생도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게 된다는 것을.


이제 나태와 게으름을 피우던 행동에서 확실하게 선을 긋고, 근면과 부지런함을 행하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자. 귀찮음과 나태함이 생각날 때마다 내가 부지런해지고 근면하게 행하는 것으로 나쁜 습관을 고쳐 나가자. 인생의 한 찰나가 나의 노력 여하로 바뀔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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