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서 늘어가는 건 주름살과 뱃살뿐이라고 했던가. 요즘 들어 야식과 과식으로 뱃살이 도가 지나치게 나온 것을 느낀다. 개구리 배처럼 앞으로 툭 튀어나온 내 뱃살. 뱃살도 인격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한 사람의 인격이라고 하기에는 뱃살을 가졌다는 것은 너무나 한심하고 처량하기 짝이 없다. 남들은 저마다 운동을 해 가지고 예쁜 몸매를 만들어서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고 여름휴가 때 해수욕장으로, 수영장으로, 계곡으로 마음껏 놀러 다니는 마당에 나는 그것에는 못 미칠지언정 하다 못해 뛰기, 걷기 운동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도 다 나의 나태와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몸을 움직이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나로서는 매일매일 운동 루틴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1시간 반을 운동하시는 아버지를 본받아 함께 운동을 해보라고 하셨지만, 밤늦게 퇴근하고 아침잠이 많은 나로서는 그조차도 버거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운동을 미루고 다이어트에 소홀해진 결과, 내 몸무게는 어느덧 80kg가 넘어서 버렸다. 내 키가 165cm이니, BMI 수치 29로 비만에 속하게 되었다. 20대 초반, 군대에서 갓 전역했을 무렵만 해도 식스팩까지는 아니더라도적당히 근육이 잡혀 있었는데, 이제는 근육은커녕 물렁거리는 뱃살만이 자리 잡고 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다. 살이 쪄 버리니, 몸 이곳저곳에서 건강의 적신호등이 켜져 이상 증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식과 폭식, 야식으로 위나 장 등 소화기관에도 문제가 생겼고, 코골이, 수면 무호흡 등의 수면 장애도 생겼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내가 자는 것을 보고는 자다가 숨이 넘어갈지도 모르겠다며 얼른 수면 클리닉을 찾아 수면 문제를 해결하고, 다이어트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때까지 수면 장애나 소화기 장애에 대해 무심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그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만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날씨가 추워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몸살에 오지게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천식 증세가 심하게 와서 자다가 숨이 쉬어지지 않아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는 담배 때문이기도 했지만, 비만으로 기도가 좁아진 데다가 겨울철이라 기도가 더 수축해져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제야 나는 현재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않고 있었구나. 내 몸이 그동안 아프다고,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모른 척했구나.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언제 돌연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새해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살을 빼기로 마음먹었다. 평소처럼 과식, 폭식, 야식을 하던 것을 멈추고, 소식, 간헐적 단식으로 새롭게 식단을 조절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 아버지와 함께 1시간 반 동안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식습관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살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것을 매일 체중계로 확인하고 있다. 배가 불룩 튀어나온 D자형 몸매에서 표준 체형이 될 때까지 꾸준히 다이어트를 한다면 언젠가는 현재 앓고 있는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남들처럼 몸매를 가꿀 계획도 세우지 않을까. 모든 것은 꾸준히 행동하는 데 달려 있을 것이다. 새해의 초심을 잃지 말고 긴 레이스를 완주해 나가 보자. 새해 다짐, 비만과의 전쟁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