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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일지라도

2025년 6월 2일 월요일

by 제갈해리
어두운 터널일지라도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일곱이라니. 마냥 적지만은 않은 나이인 불혹. 세상사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에 가까워져 가고 있지만, 한 톨 만한 감정에도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나잇값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과연 나는 내 나이만큼의 경험치와 연륜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학교 생활, 직장 생활, 결혼 생활을 거쳐 가면서 한층 성장해 가고 있을 때, 나는 제대로 된 경험치와 연륜을 얻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거쳐가는 루트로 인생을 살아가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 내가 스스로 그런 선택들을 해 와서 그런 것일지 정확히 모르겠지만(아마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지만), 나는 아직 세상에 대해서 배울 게 더 많고, 모르는 게 많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것 같다.


지금 이 시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일까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닌 것이 몇 번이나 이같은 힘든 시기들이 내 생애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에 있었을 때에도, 정신 병동에 있었을 때에도 지금만큼 괴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지금이라고 딱히 그때보다 힘들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다만, 내가 걱정되는 것은 이 많은 빚을 다 갚고 나면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 된다는 것이다. 40대 중반이 되어서 아무런 자본도 없이 0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할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이 정도 빚에서 정신을 차렸다는 것이다. 40살이 되고 나서 깨달았다면 나는 이미 파산선고를 하고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도 내 좌절이 또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 좌절에 대비하는 법은 알겠다. 첫 번째는, 해야 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어떤 상황이어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독이 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며, 내가 목표로 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직장에 가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겠고, 유흥에 빠져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일 것이다. 무엇이든 정도가 있는 것이다.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는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좋다. 그러나 선을 넘는다면 그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게 철칙이다. 그것이 좌절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다.


20대 같았으면 실컷 깨지고 경험을 해보고 다쳐보기도 할 텐데, 이제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내 행동이 조금씩 조심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내가 밟고 있는 땅을 헛디뎌서는 안 된다는 생각. 잘못 밟았다가 지뢰라도 터지게 되면 그때는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안전한가를 먼저 따지고 두드려 봐야 하는 상황. 그렇게 한 발자국씩 신중하게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렇게 새로운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계획도 장기적인 계획과 단기적인 계획, 이렇게 구분해 나가면서 하나씩 성과를 이뤄나가야 한다. 마냥 무계획도 계획이라고 여기면서 대충대충 너저분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자면 반복적으로 나 자신을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서부터 일을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접하는 것, 운동하는 것, 음식을 섭취하는 것,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 것까지.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오래도록 뛰어나가려면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계획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내 의지, 건강, 가치관, 습관, 커리어까지... 내게 해로운 습관을 버리고, 이로운 습관들을 계속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시기가 설사 어두운 터널 속일지라도 그 속에 작은 빛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은 희망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을 하나의 기반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힘든 시기여도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시간이 언젠가 이 괴로움과 두려움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시간을 나는 최대한 안전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1년, 2년, 3년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내 경험치도, 연륜도 조금씩 쌓여나가 있을 것이고, 나 자신을 하나씩 깨우쳐 나가고 다져 나가다 보면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움켜쥘 수 있는 힘도 생길 것이다. 좌절하고 있을 때만은 아니다. 좌절을 극복해 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포기하는 자에게 어떠한 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역경을 견디고, 스스로를 깨우쳐 나가는 사람에게 신은 기회를 준다. 아무에게나 기회가 마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회는 스스로 돕는 자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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