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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하일기

월요병이라 하기에는...

2025년 10월 13일 월요일

by 제갈해리

어제 야간근무를 끝내고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 미사였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를 참례했다. 미사를 드리고 나니, 몸은 피곤했어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해성사를 하고, 영성체를 받는 일련의 과정이 나에게는 새로워지는 경험이었다.


집에 와서 곯아떨어진 나는 저녁을 먹으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 엄마와 아버지의 대화가 오고 갔는데, 무슨 내용인지도 모를 만큼 비몽사몽이었다. 식사 후, 나는 바로 침대로 가서 잠이 들었다. 비록 빈뇨 때문에 몇 번 깨어나 소변을 보기는 했지만, 평소 잘 꾸던 악몽도 꾸지 않고, 잠을 어느 정도 잘 잔 것 같았다.


일어나 보니, 오전 8시 가까이 되어 있어 부랴부랴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오전 8시 30분에 집을 나서 계양역까지 버스를 타고, 계양역에서 서울역까지 공항철도를 타고 갔다. 매장에 도착하니, 오전 9시 55분.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했다. 다행이었다.


전 근무자와 인수인계를 하고, 오전 10시 30분쯤 냉동, 냉장 물류가 와서 정리하고 나니, 오전 11시가 조금 안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전 근무자가 채 다 못 진열한 과자 상자들을 창고에 옮겨 과자봉지를 창고 선반에 진열했다.


중간에 던힐 담배회사 직원 분이 오셔서 그분에게 담배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예를 들면, 담배 광고진열비라든가, 안전재고 같은 것에 대해서. 나중에 내가 점포를 차려 운영하려면 그런 것도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아무튼 발주하는 일을 배워야 편의점의 전반적인 일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매대에 과자와 라면이 부족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 같아 목록을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에 적어 창고에서 가져와 진열하려 할 때, 사장님이 출근하셨다. 사장님은 과자, 라면 채우고 퇴근하겠다는 나에게 괜찮다고, 제가 채우면 돼요, 하시고 얼른 퇴근하라고 하셨다. 그래도 양심상 그럴 수가 없어 과자만 채우고 매장을 나왔다. 다음번에는 교대하기 전에 채워놓아야겠다.


매장을 나와 바로 오늘 오후 2시 50분에 예약되어 있는 정신과 병원으로 향했다. 중간에 너무 허기가 져 노점에서 파는 붕어빵 3개와 어묵 2개를 먹었다. 정말 가뭄의 단비, 꿀맛 같았다. 붕어빵 3개에 2,000원, 어묵 2개에 2,000원. 합이 4,000원이었다. 이런 게 바로 4천 원의 행복이라니.


정신과 병원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조금 못 되어 있었다. 원래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병원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늦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나를 호명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요즘 어떻게 지냈냐고 물으셨고, 나는 악몽을 꾸는 것 외에는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얘기했다. 의사 선생님은 다행이라고 하시면서 약을 꾸준히 잘 복용하고, 술을 먹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도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잘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를 맞고(간호사 선생님이 최대한 덜 아프게 놔주신 것 같았다), 약을 타고, 진료비로 35,700원을 냈다. 산정특례를 받지 않았다면 진료비가 7, 8만 원이었을 텐데, 다행히 산정특례 대상이어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병원 건물에서 나와 흡연구역에서 담배 한 모금을 피우고, 배가 고파 곰탕 전문점으로 들어가 곰탕 보통을 시켰다. 병원에 올 때마다 들르는 곰탕 집인데, 깍두기 맛이 제대로, 일품이다. 곰탕을 그릇 바닥까지 싹싹 비워 먹고 나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15,000원을 계산하고 나서 식당에서 나와 식후땡 한 모금을 하고, 신정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용산역으로 향했다.


용산역에서 1호선 열차를 타고, 신길까지 갔다가 신길에서 5호선 열차를 타고 신정역에서 내렸다. 신정역에 도착하니,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조금 덜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정말 많이도 내린다. 언제나 가을의 맑은 하늘을 보려나.


신정동 매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5분쯤 되어 있었다. 오늘은 어제 야간근무 때 못 다 한 먼지 털기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먼지 털기를 하면서 간간이 카운터에서 손님들의 계산을 했다. 그래서 먼지털이하는 게 조금 지체되었는데, 저녁 6시 30분쯤 되어서야 업무가 끝날 수 있었다.


사장님께 한 소리를 듣기도 했는데, 업무를 다해놓기로 약속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셨다. 나는 사장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는 업무를 빼먹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장님께서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퇴근하시고, 나 혼자 남아서 매장을 보게 되었는데, 배가 고파 햄버거와 사천 짜파게티를 먹었다. 먹고 나니, 뭔가 든든해진 느낌이 들어 조금 쉬다가 물건 채우는 일을 시작했다. 과자, 라면, 워크인 주류, 음료 등을 채우고, 쉬고 있으려니, 심심해 오늘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일기를 적은 지 30분이 지났을 무렵, 퇴근시간인 밤 10시가 거의 다 되어 냉장 물류가 들어왔다. 물류를 정리하면서 계산을 하는 사이에 야간 근무자 친구가 출근했고, 그 친구를 도와 함께 물류를 정리했다. 원래 퇴근시간보다 늦은 시간이었고, 야간 근무자 친구에게 물류를 넘겨주고 갈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물류를 정리하면 빨리 끝낼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집으로 가는 공항철도 안에서 일기의 후반부를 적고 있다. 오늘은 한 주 업무의 시작인 월요일이라서 월요병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보람차고, 알찬 하루였다. 월요일의 시작을 활기차게, 바쁘게 해 보니, 기분이 정말 유쾌하고, 좋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기분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요병이라 하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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