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

제갈해리가 고독을 즐기는 방법

by 제갈해리

여러분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제갈해리는 혼자 있을 때 고독함을 많이 느끼곤 합니다. 고독을 느낄 때 온전히 내 자신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홀가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뭔가 내 자신을 안다는 것은 두려운 일인 것 같아서 불안할 때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서 분위기 있는 노래나 드라마, 회화를 감상하곤 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제가 혼자 있을 때 감상하는 노래, 회화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미국 드라마 <글리>의 한 장면. 4명의 글리 멤버가 <You have more friends than you know>를 부르고 있다.


저는 <글리>라는 미국 드라마를 한때 즐겨봤었는데, 이 드라마는 학교의 찌질이, 왕따였던 글리 클럽 학생들이 합창 공연을 통해 주변의 폭력과 억압, 시련을 극복해 나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속 글리 클럽 학생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 중에 한 글리 클럽 여학생이 직접 작사, 작곡한 음악 <You have more friends than you know>가 있는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혼자 쓸쓸해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실제로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주변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여러분도 혼자 있을 때 이 노래를 들어보신다면 당신이 얼마나 좋은 친구가 많은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될 겁니다.



세계적인 밴드 비틀즈의 명반 <White> 앨범에 수록된 <Blackbird>.


또 제가 혼자 있을 때 듣는, 또 다른 노래는 <Black bird>입니다. 이 노래는 원래 세계적인 밴드였던 비틀즈의 <White> 앨범에 수록된 노래인데, 비틀즈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입니다. 어느 날 아침 창밖에서 노래하는 검은 새를 보고 만든 이 노래는 68년 당시 미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들에 대한 폴 매카트니의 시각이 담겨 있는데요. 영국에서 새를 의미하는 bird는 소녀를 상징하는 속어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 노래는 흑인 소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비틀즈 Beatles-Blackbird 검은새, 부러진 날개로 자유를 향해 노래하다)


미국 드라마 <글리>의 한 장면. 크리스 콜퍼가 죽은 검은 새를 애도하며 <Blackbird>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저는 비틀즈 버전의 <Blackbird>를 얘기하기보다, 미국 드라마 글리 버전의 <Blackbird>를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글리에서 동성애자인 커트 역할로 나오는 크리스 콜퍼가 이 노래를 극중에서 불렀는데요. 크리스 콜퍼가 배역을 맡은 커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온갖 괴롭힘과 폭력을 당해왔습니다. 극심한 따돌림에 결국 달튼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는데요. 전학을 간 달튼의 합창단인 워블러에 입단하게 되면서 동성애자로 차별받았던 자신을 워블러들에게 치유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루는 자신이 키우던 검은 새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며 검은 새를 애도하기 위해 <Blackbird>를 부르는데, 크리스 콜퍼의 미성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나 더 추가하면, 폴 매카트니가 인종차별에 대한 시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면, 커트는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생각으로 이 곡을 불렀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차별과 억압에 대한 해방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일 테죠. 제가 이 곡을 들으면서 느낀 건 저 역시도 사회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종종 낯선 차별을 받곤 하는데, 그래서 더 그러한 차별로부터 해방되고 싶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이 곡의 멜로디가 워낙 좋아서 흥얼거리면서 들었던 건 덤이었지요.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인상 : 해돋이>.


마지막으로, 제가 혼자 있을 때 감상하는 것은 바로 회화입니다. 그림은 시각적, 음악은 청각적이라는 수단만 다를 뿐, 내면을 표현하고 감상할 수 있다는 데 결을 함께하는데요. 그림과 음악은 시와도 어느 면에서 닮아 있어 마음의 형상, 심상을 표현하기 좋은 예술입니다.


저는 그림은 잘 그리지 못하는데요. 그 대신 회화를 보는 게 좋더라구요. 특히 인상주의 화가인 모네를 좋아합니다. 모네의 <수련>이라든가, <인상 : 해돋이> 같은 작품을 특히 좋아합니다. 빛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형상을 유화를 통해 그려낸 모네의 표현법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주제가 혼자 있음, 즉 고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이 작품을 가져와 봤습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그린 명화 <세한도>. 잣나무와 소나무가 김정희 선생의 곧은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여러분은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아시나요? 이 작품은 바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라는 작품인데요. 추사 김정희 선생께서 그리신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김정희 선생이 제주도로 유배당하면서 고된 나날들이 계속되었을 때 힘들었던 그를 도와주었던 것은 오직 이상적이라는 제자뿐이었습니다. 이상적의 호의에 감동을 받은 김정희 선생은 이 그림을 그려 이상적에게 전했습니다.


이 <세한도>에는 김정희 선생의 고된 유배 생활을 암시하는 겨울 배경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텅 빈 것 같은 집과 잣나무와 소나무만이 그려져 있는 이 그림은 채색조차 되어 있지 않아 어딘지 모르게 삭막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는데, 아마 김정희 선생의 고통스런 심정이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텅 빈 집 양쪽에 그려져 있는 잣나무와 소나무가 바로 김정희 선생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인데요. 잣나무와 소나무는 겨울에도 자라나는 늘푸른 나무이기 때문에 세한, 즉 극심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자 하는 김정희 선생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김정희 선생은 그런 의지를 제자 이상적에게 전달한 것입니다.


이 그림의 인장을 보면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장무상망의 뜻은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인데요. 유배를 온 김정희 선생과 그를 도운 제자 이상적의 아름다운 사제의 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출처 : <세한도>,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미술 산책⌟)




저는 이 그림을 보면서 쓸쓸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김정희 선생이 알리는 메시지는 알고 있었지만, 저는 쓸쓸한 느낌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다른 대상을 향해 시를 한 편 써 봤었는데요. 막 대학공부를 시작하면서 지은 시여서 형편은 없지만, 독자 여러분께서 봐주시면 기쁠 것 같네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나, 그대에게 편지를 보내오

수많은 인파로 둘러싸인,

이 텅 빈 광장에서

아마 그대는,

내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리라

수신인 없는 편지는 한낱 불쏘시개일 뿐

아마도 그대와…

나는 영원한 절름발이일 것이오

고로, 내 편지는 허공 속을 헤맬 것이오

나는 그대를 사모하오

또한, 그대를 증오하오

아마도 그대와…

나는 사시의 눈깔일 것이오

우리는 결코 마주 볼 수 없으리라

나는 그대를 증오하오

또한, 그대를 사모하오



세한도의 의미와는 완전 동떨어진 시긴 하죠? 저는 저만의 세한도를 만들어 봤는데, 제가 만약 먼 타향으로 귀양 보내지고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다면 저는 저를 귀양 보낸 왕을 원망할 것 같거든요. 그렇지만 또 왕을 향한 충성도 있기 때문에 원망하면서도 온전히 원망할 수 없겠죠. 그래서 왕을 연인처럼 애증의 관계로 표현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저만의 방식이 괜찮은 것 같아 보이시나요?




지금까지 제갈해리가 혼자 있을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독자 여러분들께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고독을 스스로 견디거나 혹은 고독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듣는 노래, 고독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감상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어떻게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