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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Nov 11. 2021

민들레와 하이에나

서로 달라도 어울리고 싶은...

민들레의 영토에 한 발짝 들어서자

야트막한 둔덕에 민들레가 고개를 들어본다

하이에나가 시뻘건 잇몸을 보여도

민들레는 새하얀 얼굴만 갸웃거린다


상냥한 미소로 낙오된 떠돌이를 어루만지니

썩고 비린 뼈와 살에 한껏 달아올라

끊임없이 헤매던 시절도 아련해진다


엉기는 장마에 두발이 쓸려가도

참담한 가뭄에 속절없이 뒹굴어도

굳건한 심상에 감탄하며

너의 흔적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애초에 길이 달랐던 것을

언약을 해봐야 무슨 소용 있을까

너대로 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을


말도 없이 일어나 지체 없이 떠난다

아직도 너의 체취 뿌리 끝에 남아서

홀씨 하나 잉태하여 너에게로 날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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