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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Aug 03. 2021

36 당신의 시는 무엇입니까?

시를 통해 나의 내면 바라보기

시험으로 만난 시

저는 타고난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짧은 글보다는 긴 글과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습비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시절까지는 소설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한국 단편 소설부터 시작한 저의 관심사는 장편 소설로 이어 졌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부터는 어떤 계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인문 서적을 탐닉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에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를 쓰는 분위기가 이었습니다. 학교에 몇 없던 동아리 중 문예부에 들어가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운을 사는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친구들끼리 수첩에 시를 쓰고 돌려 읽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서로의 시에 대해 평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영화에 대한 지식과 함께 시를 쓰는 일들이 당시 유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저도 친구들 사이에 끼기 위해 시를 좋아하지도 않고 읽지도 않으면서 시를 쓰는 일에 동참했습니다.(웃음) 저의 의지였다기 보다는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에 쓴 저의 시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랍니다.


솔직히 저에게 시는 언제나 시험 문제였습니다.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시를 읽고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시를 시험이 아닌 개인의 만족과 정서를 위해 읽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하물며 시집을 서점에서 산적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수능을 치고 대학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더는 시의 주제와 제재를 물어보는 시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는 저의 일상과 당연히 멀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선생님들과 함께 지역 모임을 하는 장소에 걸려 있던 이해인 시인의 시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을 보게 되었을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렘으로’라는 문장이 눈에 보였습니다. 말 그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 보였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렇게 40이 넘어 처음 시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처음으로 서점에서 시집을 계산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나태주 시인의 《풀꽃》입니다.


나태주 《풀꽃-나태주 대표 시선집》 지혜


당신의 시는 무엇입니까?

저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주로 TV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풀꽃〉입니다. 주로 TV에서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함께 나오는 시입니다. 아마도 TV에 가장 많이 소개된 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쓰고 나니 부끄럽습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시이기에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것인데 저는 TV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에 관심을 두게 된 문외한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보이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라는 글귀, 단 세 문장만으로 수많은 생각과 상상 그리고 마음까지 울컥하게 합니다. 소개해드리는 《풀꽃》은 제목처럼 그간 나태주 시인의 시들 중 대표작을 엮은 시선집입니다. 그래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입니다. 이어지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잠시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8월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서, 시원한 차 한잔과 함께 시의 매력에 잠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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