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화성인 247>

★ 20 ★

by 윤철희

“그렇다고 단점을 많이 열거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제 직업인데 부정적인 얘기를 잔뜩 늘어놓는 건 좀 그렇잖아요.

제 생각에 제일 큰 단점은 몸이 상하기 쉽다는 겁니다.

포르노의 특징과 작업여건 자체가 몸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죠.

우리 배우들은 연기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알몸으로 작업하는데,

녹화할 때 잡음이 녹음되면 안 되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는 에어컨을 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알몸으로 연기해야 합니다.

냉난방이 없는 상황에서 알몸으로 허리를 피스톤처럼 격렬히 흔들어대고

잔뜩 흥분된 상태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여러 시간을 작업하는 거,

그러면서 똑같이 움직이는 상대 배우하고 호흡도 착착 맞추는 거,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하기에는 꽤 힘든 일입니다.

영화제작자들이 캘리포니아에 할리우드를 세운 이유를 아시죠?

대부분의 포르노제작사가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에 있는 이유도 똑같습니다.

그렇게 몸을 심하게 많이 쓰고 정력을 잔뜩 쓰는 게,

거기다가 팬들에게 선사하는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감한 부위를 극단적인 작업에 오랫동안 써야하는 경우도 많은 게

건강에 굉장히 안 좋습니다.

이 직업에 오래 종사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그거죠.


“바쁠 때는 많으면 하루 세 작품을 촬영할 때도 있는데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체력과 ‘이사칠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근력 운동을 하는 등 몸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힘든 점입니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포르노배우라면 자기 몸을 제대로 챙길 줄 알아야 합니다.

술은 삼가야 하고 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합니다.

저는 몸이 차가워지는 걸 막기 위해 체온보다 차가운 음료는 마시지 않습니다.

식사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어떤 때는 식사라기보다는 영양을 공급받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도 합니다.


“몸을 정성껏 관리하고 격하게 쓰는 것도 힘들지만,

정말로 힘든 건 정신적으로 힘든 겁니다.

우선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엉망이 되니까요.

업계를 떠난 뒤에도 제약이 많이 따르고요.
포르노 경력이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 선생님이 될 수 없다는 식의 제약 말입니다.

이 얘기를 제대로 하려면 보름쯤 밤을 새도 모자랄 겁니다.

그런데요, 저는 이런 단점들이 있음에도 이 직업이 좋습니다.

제 적성에 딱 맞는 일이니까요.

저는 이 일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니까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주니어의 크기와 정력 면에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섹스를 정말로 좋아하는 21살의 건장한 한국 남성입니다.

저도 미국으로 가서 선생님처럼 유명한 포르노배우가 되는 게 꿈인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조언 부탁합니다.’”

이사칠은 씨익 웃고는 말을 이었다.

“사실 이런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남자 분들만 보내는 게 아니에요. 여자 분들도 많이 보내세요.

비율로 따지면 남자 6에 여자 4 정도 될 겁니다.

그런데 제가 마음은 있어도 워낙 바빠서 일일이 답장을 드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지금까지 숱하게 받았지만

제대로 답변을 못 드린 이 질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조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결론을 살짝 말씀드리자면,

이쪽 경력을 꿈꾸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답은 아닙니다.

기를 꺾는 대답일 겁니다.

그래도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을 먹는다 생각하시고 귀 담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질문 주신 분,

우선 주니어도 크고 정력도 좋고 섹스를 좋아한다니 첫 단계는 합격이시네요.

여러 모로 유리한 조건이죠.

그런데 이 일은 물건이 크고 정력이 좋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일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상대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자신하겠지만,

여기 미국에는 상상도 못할 괴물들이 득실득실합니다.

미국도 큰 나라라서 그런 괴물이 많은데다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놀려고 세계 각국에서 그런 괴물들이 몰려오니까요.

저 자신도 한국에서는 난다 긴다 소리까지는 못해도

누구한테 꿇릴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저도 도무지 기를 못 펴겠는 상대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굵기와 길이의 선천적인 차이는,

폭발적인 순발력 같은 운동능력은

동양인인 우리로서는 아무리 해도 극복 못한다는 건,

그게 냉정한 현실이라는 건 인정하자고요.


“뭐, 그런데 그런 괴물들이라고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느냐?

그건 또 아니에요.

그런 장점이 있으면 유리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질문 주신 분이 포르노배우로 데뷔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려면

월등한 신체적 강점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걸 명심하세요.


“제 얘기를 해보자면,

굵기와 길이 면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이길 수가,

아니 어떻게 비벼볼 수가 없는 게임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모든 면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걸 차츰 깨달았어요.

저한테는, 우리 한국인한테는 홍두깨 같은 단단함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왜, 우리 한국인은 소신을 위해서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고개를 굽히지 않던

선비들의 꼿꼿한 강직함을 타고났잖아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주니어 아니겠습니까?

꼿꼿함, 그건 상대적으로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더라고요.


“머리를 싸매고 깊이 고민해봤어요.

그들에게는 없지만 나한테는 있는 장점을 찾아내 발전시키고 부각시키려고요.

‘신체적으로 유리한 저 친구들한테는 없지만 나한테는 있는 건 뭘까?’

더블엑스 걸이 했던 얘기를 떠올리고는 관점을 바꿔봤어요.

포르노를 보는 관점을요.

포르노를 육체가 중심인, 육체가 거의 전부인 작업으로 생각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런데 정신을 더 강조하는, 정신적인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포르노를 만들면

나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관점 전환이 중요한 게,

그 전까지는 나하고는 차원이 다른 괴물들하고

신체적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그들하고 신체적으로 대결하는 포르노가 아니라

그들에 비해 부족한 신체를 잘 활용하면서 인간다움을 내세우는 포르노를 만들자고 마음먹으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영감도 치솟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도달한 결론이 한국인 특유의 ‘은근한 정(情)’을 철학으로 삼아

활동하자는 거였어요.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그 마음씨 말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은근한’이에요. ‘대놓고’가 아니라.

또, 해야 한다 싶을 때는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뚝심도 장점으로 생각됐어요.


“여러분, 섹스는 말이에요, 신체적인 활동이 전부가 아니에요.

‘최고의 성감대는 뇌(腦)’라는 말 들어보셨을 텐데, 이게 무슨 뜻이겠어요?

인간이 섹스와 관련해서 느끼는 최고의 환희는 정신적인 환희라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다짐했어요.

내가 상대 배우에게 신체적으로 환희를 안겨주는 면에서 열세인 건 분명하니까

상대 배우를 정신적인 극락으로 보내는 쪽에 주력하자고요.

제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은 남성 시청자를 겨냥해 만든 것들이라서

제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의 눈은 여배우에게 쏠리는 게 마땅했어요.

그러니 그 여배우를 뿅 가게 만들면 시청자들도 뿅 가게 만들 수 있을 거잖아요?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섹스는 상대가 존재하는 행위이며,

상대에 대한 배려가 최고의 섹스를 만들어낸다.’

이게 제 모토였어요.

한국인 지망생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려다 보니 옆길로 많이 샌 것 같은데,

앞으로 참고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긴 얘기를 하게 됐으니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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