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처음으로 반항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2019년,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내는 식탁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나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자정이 넘어가자, 아들이 방에서 나오더니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당시에는 아들의 학업으로 인해 모자간에 갈등이 생겨났고, 서로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던 시점이기에, 아들이 아내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아들은 아내와의 대화를 거의 단절하고 지냈다.
나는 달라진 아들의 태도로 보아 직감적으로 이 대화가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슨 말이 오가는지를 알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지만, 대화의 내용을 들을 수는 없었다. 무슨 말이 오가나 싶더니 곧 대화가 끝났는지 아들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아내가 아들의 방으로 따라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아들의 방에서는 다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나는 들어가서 중재를 해 볼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당사자가 직접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논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아내가 공부 문제로 아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아들이 엄마를 향해 거친 반항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거실에서 둘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데, 가슴이 두근거려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내가 융단폭격을 당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내가 심리적으로 흔들릴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아내 혼자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아들의 방에서 나온 아내는 한참을 거실에서 머물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는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며 아내를 기다렸다.
‘아들의 첫 반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게 예쁘고 멋진 아들이 엄마에게 거칠게 대들다니…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나 또한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내와 아들을 걱정하며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방 문을 여는 아내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져 하얗게 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질 것만 같은 아내를 부축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기다렸다. 아내는 “아들이 나보고…”라며 말을 하다 말고, 감정이 건드려졌는지 두 손을 얼굴에 감쌌다. 굵은 눈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나는 무슨 일인지를 물었지만, 아내는 감정이 북받치는지 울기만 했다. 울음을 참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의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울음이 아닌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우선은 아내가 감정을 추스르는 게 먼저였다. 나는 아내가 충분히 울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을 울고 나더니 아내는 아들이 했던 말을 전했다.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