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제로, 표독의 러닝메이트

by 표나는 독서가

안녕. 나는 표나는 독서가의 러닝화 아디제로라고 해. 러닝에 진심인 손작가의 강력한 권유로 표독을 만나게 되었지. 표독은 그저 달릴 줄만 알았지 기초 지식이 전혀 없었거든. 심지어 러닝화를 사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그런 표독이 안타까웠는지 손작가는 열심히 그녀를 설득했어. 네가 무릎이 아픈 것도 다 러닝화를 안 신고 뛰기 때문이라고. 표독은 없는 살림에 롯데 아울렛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를 신어보고 냉큼 집으로 데려왔어.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날 샀다고 자랑을 했지. 그런 그녀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웠어.



벌써 그녀와 함께 러닝메이트가 된 지 5개월이 지났네. 시간 참 빠르다. 그녀는 나를 신어보더니 다른 운동화보다 더 푹신하고 발에 잘 맞았나 봐. 러닝 할 때 말고도 시도 때도 없이 신고 다녔어. 그걸 본 손작가가 또 한 소리 하더라고. 신발 닳는다고. 하나 더 사서 돌려신든지, 평소 때는 다른 운동화 신으라고 말이야. 표독이 손작가 말은 끔찍이도 잘 듣더라. 그 뒤로 그녀는 웬만하면 달릴 때만 날 이용하고 있어.



5개월 동안 참 많이 달렸네. 나 출세했잖아. 트렁크에 실려 비행기도 타보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며,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할슈타트까지. 표독이 카드 말고는 현금으로 환전도 안 해가서 웬만한 곳은 다 나를 신고 걸어 다녔어. 혼자 다니는 표독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웬걸, 엄청 씩씩하게 잘 다니더라고. 혼밥도 잘하고, 휴대폰 들여다보며 길도 잘 찾고. 함께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사진도 많이 찍었을 텐데, 그게 조금 아쉽더라고.



그리고 생각나는 건, 표독과 함께 한 10KM 마라톤 대회야. 그녀는 5KM도 건너뛰고 바로 10KM로 도전하더라고. 그렇다고 연습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라서 과연 완주는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어. 그런데 그녀, 역시 멋져.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더니, 막판엔 헌병 아저씨의 하이파이브 응원을 받으면서 힘차게 스타디움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라고. 중간에 걷지는 않을지, 포기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다 기우였어. 피니쉬 라인으로 숨을 헐떡이며 그녀와 함께 나도 피니쉬 라인을 밟게 되다니. 그녀의 러닝화가 된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어. 언제나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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